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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Sep 29. 2023

고마운  추석 선물~

모두 행복하길...하노이

2023년 추석날 아침이 밝았다.


내 몸에 배어있는 문화와 관습을 벗어나기까지

오랜 세월이 흘러 흘러갔다.

어제의 폭우에 놀라고 계획했던 여행을

취소하고 하노이에 두 남자는 출근을 했다.

한국에 있는 큰아들도 2배의 입금을 받고자

출근을 했다고 한다.  홀로 추석이다.


이웃에게서 송편을  선물 받았다.


손수 쌀가루를 반죽하여 알록달록 오색빛 송편을

들고 폭풍우가 잠시 지나간 틈에 나를 찾아왔다.

'세상에 이쁘기도 하지...' 정말 감동이었다.

선물받은 송편

아직 온기가 남아 따스한 마음이 전해졌다.


추석느낌이 확  들었다. 고소한 기름냄새가

그립고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조상묘를

찾았던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추석 전에 한국으로 나가야 할 물건들이 늦어져

남편은 바빴다. 선물 꾸러미를 받았지만 아직

나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긴 늦잠을 즐겨도

되련만 새벽 미명에 깨어나 글을 쓰고 있다.


길고 길었던 1년이 흘러갔다.


사회초년생으로 회사에 다닌 지... 2년 차 

태어나 처음 맛보는 아들의 세상살이는

만만하지 않았다. 그동안 살아온 삶이

평탄했음을 알게 되었다.


상처받고, 아프고, 힘들고,

다시 일어나고, 상처가 아물고,

버티고, 이겨내며 그렇게 사회초년생

딱지를 달고 두 번째 추석을 맞이하기까지

앞전글(휴가 후 아들이 사표를 냈다) 글 이후

조심스레 아들소식을 남겨보려 한다.


첫 월급을 받고 기뻐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통장잔고에 돈이 모아지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며

애쓰고 힘겨운 삶을 보상받은 듯 신이 났었다.

문과를 전공한 후 이과적인 일을 감당하기에

많이 버거웠을 텐데 그럼에도 수학을 좋아하고

잘했던 아들은 다행히 잘 적응했다.


월급과 보너스를 받게 된 두 번째 추석!


아들이 내민 용돈 봉투와 기프트 카드를

받아 들고 괜스레 눈물이 났다.

마냥 좋을 줄만 알았던 철없는 엄마에게

아들은 두 손으로 공손하게 두 개의 봉투를

아낌없이 주고 오늘도 출근을 했다.

흰색은용돈봉투 &금색은 마트 상품권


눈물과 땀으로 범벅된 두 개의 봉투에

담긴 추석 선물은

숨 막히게 더운 여름을 잘  버틴 자에게

주어진 보너스였다.

고구마를 열개쯤 먹은 듯 답답했던 마음을

나에게 풀어놓던 날 둘이서 한바탕 울었다.


그래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고...

열심히 잘 살고 있는 거라고...

20대를 멋지게 살아가는 거라고...

고마움도 감사함도 표현하며 사는 거라고...

게으름병 귀찮음 병을 이겨 내는 거라고....

누군가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사는 거라고....


눈물의 의미를 다 말하지 않았지만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 콧물은 이제 말랐다.

두 손을 맞잡고 서로 잘 참고 견디어 냈음에

두 눈을 마주하또다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서로 안아주고 토닥이며 두 번째 추석선물을

고맙게 받았다.





추석을 앞두고

하노이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하염없이 내렸다.

안개마저 자욱하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고

도로에 흙탕물이 가득 차 물 위를 지나는 장면을

내려다보며 불안하기도 했었다. 추석전야는

그렇게 지나고 물 빠진 도로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맑게 개었다.


사실, 이직을 하거나 부서이동을 원했지만

순조롭지 않았다. 사표 후, 버티기를 하며

회사에 다녔다. 상사의 갖은 욕설을 참아내며

7월과 8월 사이 그리고 9월의 끝까지

바람 같은 시간들이 지나갔다.


이력서를 다시 고쳐 이곳저곳에 은밀하게

이력서를 몰래 올리고 있었다.

다음 기회에... 또는 면접 전에 합격 전화를

받기도 했고, 서류합격 후에도 면접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되었다.


잦은 기침이 났고, 역류성 식도염으로

약을 먹게 되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인턴을

해야 하는 곳도 있었고, 어학 실력을 평가받

시험을 다시 준비해야 하는 상황들...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을 걷는 듯 아들이

위태로워 보였지만 그저 믿고 기다렸다.


마음 편한 곳으로의 이동을 하기 위한

스트레스가 계속되었다. 아들은 어찌해야할지?

마음을 추스르며 고민에 빠졌다.

이직을 한 후에 더 좋은 세상을 만난다는 보장도

없으며, 두려운 미래를 경험하기 싫은 듯했다.


아들은 멈췄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버티며

실력을 쌓는 쪽으로 마음을 기울였다.

좀 마음이 편해졌는지? 켁 켁 되는 기침이

줄어들었고, 피부 트러블도 좋아졌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 시도와 도전!

왔던 길을 돌아보며 신중했던 시간들을

보내고 안정감을 찾아갔다.


회피하고 도망치는 방법대신 실력을 쌓고

내 자리를 굳건하게 만드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모른다. 그저 안갯속을 씩씩하게

걸어갈 뿐이다.


추석선물로 받은 돈과 기프트 카드를

서랍에서 꺼내어 즐겁게 쓰는 날에는

나의 입가에 미소 장착하고

행복을 나누느라 바쁠 예정이다.


어리광을 부릴 때가 아님을

일찍 알아버린 아들에게서 희망이 보인다.

현실의 벽은 얼음장 같이 차가울 수도 있다.

따뜻한 온기로 녹이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길

바란다.나와 타인의 관계속에서  당당하게

맞서며 불안해 하지 않기를...


폭풍우가 지난 추석날 아침 하노이는 맑음이다.


성장통이 지나가고 전보다 단단해진 모습으로

마인드 리셋하며 힘차게 살아가길 응원한다.

추석연휴 없이 빠듯한 삶이 훗날 그리워 질지도

모르겠다.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해피한 추석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선물받은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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