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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Aug 08. 2022

음식은 차갑고  마음은 따뜻해

엄마와 아들

"엄마! 살만햐? 어때요?"

곰살맞은 둘째 아들의 달달 한 톡이다.

"응, 뭐  별일 없다. 왜?

" 잃어버린 여권 말고 새 여권이 나왔어요 "

따끈따끈한 새 여권을 받았다고 좋아한다.

"그래, 잘했다.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도록..."

"넵! 명심 또 명심하겠나이다."


이사를 하고 어디론가 자취를 감춘

아들의 여권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새 여권이 주인을 만나 아들 손에 들어왔다.

"어디 한번 보자 새 여권 "

아들은 사회초년생이 되고 독립을 했다가

다시 집으로 이사를 하며 여권이 사라졌었다.

 

"엄마, 뭐 드시고 싶은 거? 없어요?

"~ 날씨가 더우니 시원한 것이..."

"냉채족발 어때요?"

"오 홀! 좋지 흠 ~ 비쌀 텐데..."

"작은 것 있어요 그 정도면 둘이 충분해요"


냉채족발이 도착했다. 시원하고 개운하고 맛있다.

싸 먹어도 좋다. 코가 뻥 뚫리는 맛? 겨자소스?

오이, 당근, 양배추, 파인애플, 깻잎 등...

새 여권 맞이 냉채족발은 푸짐했다.

 달려 도망여권 덕분에 공짜 족발이

내 입속에서  트위스트를 신나게 추고 다.

냉채족발 2인분

음식은 차가웠지만  마음은 여름 햇살처럼 따뜻해졌다. 우후웃




"엄마, 하노이 오셨나요? 아빠는?"

" 아빠는 일이 있어서 주말에나 올듯해"

"아하! 그럼  오늘 저랑 저녁 먹어요"

" 뭐 먹고 싶은데... 엄마가 준비할게"

"아니에요 날씨도 덥고 배달음식으로

해결할 거니 쉬고 계세요"

어찌나 달달 한지... 딸 안 부럽다.


아들은 힘든 시간을 타국에서 홀로 보내며

많이 변했다. 엄마가 있어 좋다며 볼을

비비고 안아주며  애교를 부린다.

덩치는 산만해서... 그런데 좋다 ㅎㅎ

"다녀왔습니다." 아들이 왔다.


오늘 저녁 메뉴는

새우장 유부초밥, 생연어 유부초

참치마요, 계란, 간장 연어 유부초밥에

냉모밀을 시켰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남편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남편은 말해줘야 사 온다. 아들은 말하지

않아도 기막히게 척척 내 마음을 잘도 안다.


"역시나 울 아들 맛있다 맛있어~"

냉모밀에 여러가지 유부초밥

아빠는 출장 중이고 둘만 오붓하게 한 끼를

해결했다. 아들이 선택한 음식은 이가 시리다.

살얼음 육수에 메밀을 담가 후루룩 쩝쩝 쩝!

'카야~ 이맛이로구나! '음식은 차갑고

마음은 따뜻해지는 꿈틀꿈틀 꼬물꼬물 냉모밀에

고추냉이와 무싹 같은  아들 맛


알랑가 몰라~~




"엄마, 배고파요~"

"어서 와, 엄마가 저녁 준비했다."

"네, 10분 후 도착이에요"


일주일에 한두 번쯤 월남쌈을 해 먹는다.

골고루 야채를 먹이기 위한 나의 특별 조치다.

아토피가 있기도 하고 뜨거운 요리보다

시원하거나 차가운 음식을 좋아하기도 해서

우리 집은 평범한 날에도 월남쌈을

 자주 먹는 편이다.


불에 익히지 않아도 되는 야채를 다듬어 썰고

참치나 계란 새우등만 손질하면 되니

생각보다 간편 요리다. 설거지도 많지

않고 , 각자 싸 먹어도 되고, 내가 3개~4개쯤

싸서 접시에 담아 주기도 한다.


아들은 자주 먹다 보니 라이스페이퍼를

야무지게 잘 싼다. 가끔은 엄마에게

아빠에게 싸주기도 한다. 행복은

월남쌈처럼 골고루 의 감정을 싸 먹는 맛?

소스에 찍어 한입 베물면 오묘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음식은 차갑고 마음은 따뜻해지는  한 끼

가족은 때로 얼음처럼 차갑다가도

한없이 따뜻해지는 그런 사이다.

얼음을 녹일 수 있을 만큼의 사랑과 으로

물이 되어 흐르는 냇물 같은 존재 말이다.


내맘대로 속을 채우는 노란 월남쌈


"잘 먹었습니다.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언제 이렇게 많이 컸을까?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워 깨물어주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머리카락은  매달 자라 하얗게 눈송이가 되어

염색을 해야 하고, 입가에 눈가에 잔주름은

영양 듬뿍 수분 크림으로 밤새 덧칠을 해야 한다.


가끔은 아들과 차가운 음식을 맛보며 

따뜻한 마음을 채워가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한 주도 따뜻한 마음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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