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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Apr 25. 2024

충청도에서 하노이까지

새벽 첫차 공항버스를 타고...

잠시 한국에 머물다 하노이로 돌아왔다.

뜨겁고 격하게 나를 맞이한다.

  핫  핫하고, 훅 훅 훅하다.

공기가 다르다. 쨍쨍한 여름날씨다.

봄바람맞으며 꽃비를 고 왔는데...


세상에나... 찐 여름 더위는 저녁이 되자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까지 몰고 와

금방이라도 하늘이 반쪽 날만큼 시끄럽게

비를 뿜어대며 요란하게 나를 반긴다.

18일 만이다. 번쩍번쩍 우르르 쾅쾅!


폭염을 재우는 비



공항에 마중 나온 오래된 내 짝꿍 반갑다.

함께 한국에 갔다가 먼저 하노이로

돌아와 10일 동안 혼자 지내다 만났다.

설레임? 그거 아이스크림 이름 아닌가?

살짝 그럴 줄 알았는데... 서먹함? 그거다.


머리도 깔끔하게 이발했고, 얼굴표정도 좋다.

트렁크 두 개를 받아 들고 "고생했네 고생했어"

남편과 달리 나는 뿌시시하고, 헝클어진 머리를

질끈 묶고 영혼이 탈탈 털린 채로 나타났다.


이번 비행은 아슬아슬하고 스펙터클했음을... 

하노이에서 한국 들어갈 때는 아침 비행기표로

한국에서 하노이 올 때는 늘 오후 비행기표로

8년 동안 오고 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작은아들의 알뜰 비행기표 구매로 조금이라도

아낄 생각에 비행기표를 맡겼는데 시간 리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새벽 2시 30분에 잠에서 깨어났다. 왜?

대충 꾸려놓은 트렁크 두 개와 작은 백을

엉거주춤하게 메고 대문을 열어두었다.


모두가 잠든 밤에 행여 벨소리마저

발자국소마저 새어나갈까? 조심스러웠다.

막둥이 남동생이 공항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 기로 해서 새벽 3시에 만나다니

생전 처음 있는 일이라  어이가 없었다.


묵은지 김장김치를 두 개나 들고 나타나 

큰 가방 한쪽을 가득 채워 자크를 닫았다.

공항버스에 묵은지를 싣고

2022년과 2023년을 지내온 묵은지는

어찌나 야무지게 포장했는지? 보물이다.

귀한 것임에 틀림없다. 언제나 막둥이

동생과 올케는 소중한 것을 나눠준다.

그 고마움과 사랑을 잊지 못할 것이다.


천안 종합 터미널에서 3시 50분 공항버스

첫차를 처음 타본다. 프리미엄 공항버스요금은

 2만 8천2백 원!

스마트한 세상에 난 아날로그 방식으로 표를

하루 전 예매 했고,  겨우 세 개 남았던 표를

급구하며 공항버스 타기에 성공했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고속도로를

침대같이 넓고 안락한 의자에 누워 감고

단잠을 자는 동안 기사 아저씨는 열심히 운전을

하셨다. 하루 전날 공항에 캡슐 호텔을 알아보고

예약할까? 찜질방에서 밤을 새울까?

고민 끝새벽첫차를 선택했다.


충청도에서 인천공항까지 새벽첫차는

어찌나 빠른지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5시 20분

토요일 주말이라 여행객들이 이 시간에도

넘쳐 났다. 비몽사몽 비행기 티켓팅을 마치고

밥통에 쪄온  안면도 호박 고구마 서너 개와

 바나나우유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다. 


부지런히 한국 떠날 준비를 다 끝내고 7시 30분

대기했더니 출발이 늦어질 예정이라고?

방송이 나온다. 한국이 나를 붙잡고 있다.

나도 꽃구경 더 하고 싶지만 애써 외면했기에

아쉬움이 폴폴 어찌하랴?


핸드폰을 열고 이곳저곳 지인들에게 카톡을

보내는 사이 줄 서기가 시작되었다.

새벽 2시부 8시까지 고공분투 하고 서야

비행기에 드디어  탑승 완료했다. 오랜만에

땀나게  어렵고 힘든 비행이었다.


이렇게 새벽을 깨우며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늦잠을 자는 일이

호사였음을 알았고, 게으름 부리며 사는 게 소소한 

행복임을 미처 알지 못했다. 모두가 잠든 밤에도

불 밝히는 사람들이 있으며,  애쓰며 돈을 버는

사람들의 하루일상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새벽첫차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기내식으로 나온 비빔밥을 맛나게 먹었다.

그 후로도 두 눈은 접착제를 바른 듯 뜨기 힘들었다.

꾸벅꾸벅 졸다가 깜짝 놀라 깨어보니

어느새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줄 서고 짐 찾고 공간이동을 하는 삶이 힘겹고

버겁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는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현명함으로 대처하는 법을 알고

그 속에서 소소하고 잔잔한 행복을 찾아가는 게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돌아온 하노이가 내 집인 듯 푸근하고  따스하다. 

새벽첫차를 타보는 일은 고생스러웠지만

그래도 멋진 추억 하나 남겼고 , 무거운 묵은지

공수도 참 잘한 것 같다. 한국의 공기가 트렁크

속에서 빠져나와 휴우~~ 긴 한숨을 몰아쉰다.


짧은여정 긴 여운이 남는 한국여행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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