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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Nov 08. 2020

나이스 샷~~~

골프에 빠진 내 인생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


  2019년 4월 5일 골프에 뒤늦게 입문했다. 남들이 그 나이에 배워서 뭐하냐? 힘들게 살지 말고 슬슬 맛난 거나 먹고 여행이나 하면서 몸을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나는 도전을 시작했고 연습 또 연습을 통해 골프 머리를 올렸다. 누가 말려도 들을 나이는 지났고 누가 등 떠밀며 시켜도 할 수 없는 일이 골프 치는 일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골프 연습 첫째 날, 7번 아이언(골프채)으로 어드레스(준비자세)를 배우고 그립(채의 손잡이 부분) 잡는 법을 배웠다. 나름 신기하고 재미있고 흥미로왔다. 골프의 기초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는 K프로님은 결혼도 안 하시고 골프에 빠져 주니어 시절부터 40대까지 골프선수를 하며 골프랑 결혼했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셨다. 그 정도로 매력 있는 스포츠라면 이제라도 한 번쯤 나도 배워봐야지 하는 생각에 바쁜 일정을 조절하여 연습시간을 갖고 도전을 시작했다. 


 세상에 태어나 운동이라곤 별로 해본 적이 없으며 땀 내는 것조차도 싫어하는 나는 나름 깔끔쟁이였다. 솔직히 사느라 바빴고 돈도 시간도 여유롭지 못했다. 남편이 먼저 배웠고 골프 친다고 새벽에 나가 밤늦게 들어오는 주말이면 육아와 살림은 다 내 몫이 되다 보니 다툼도 많았다. 비싼 골프채며 옷가지들과 소품을 사느라 카드를 긋고 온 날이면 월급쟁이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는 아내였다. 


 " 난 나중에..  배울 거야"


  그렇게 한국에서의 바쁜 삶을 뒤로하고 이곳 베트남에 오니 시간도 돈도 여유가 생겼지만 몸도 마음도 나이도 50대가 되었다. 골프를 치지 않아도 이곳저곳 아프기 시작했고 만사가 귀찮고 짜증이 났다. 아마도 갱년기?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티브이 리모컨이나 돌리며 드라마를 보고 있어도 우울감이 왔다. 그런데 무거운 골프채를 매고 연습장을 갈 때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나조차도 나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작은 골프공 하나와 씨름하며 여러 가지 채를 바꾸며 샷을 연습하고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나고 티셔츠가 앞 뒤로 땀에 젖어 쉰내가 베어 나올 즈음까지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100개쯤 공을 날리고 나면 뭔가 큰일을 해낸 것처럼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런 나에게 K프로님의 한마디" 포기하지 않으면 잘 칠 수 있고, 공이 날아가는 상상을 하세요" 잠자던 나의 운동신경은 조금씩 깨어났고 몸도 마음도 즐거워졌다.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골프에 입문하던 날" I Can do it" 외쳤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후, 점점 나는 자신감이라는 갑옷을 입고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는 여유도 생겼다. 가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삐뚤게 날아가 정글 속으로 숨바꼭질하는 즉 OB(out of bounds) 코스 외의 플레이 금지구역으로 간 골프공, 힘껏 쳤는데 잔디만 푹 떠내고 내 눈앞에 웃고 있는 골프공, 뱀처럼 잔디를 스르륵 스치며 구르는 골프공... 다 괜찮은 척 ~무한 긍정으로 마음을  다스린다.


 간혹, 벙커(모래밭)로 들어간 공을 힘차게 깃발을 향해 쳐 올린다. 훅~ 날아 간 골프공은 다행히 각 홀의 마지막 단계 그린(퍼팅을 하기 위한 곳)으로 살포시 안착하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한다."애썼다~ 골프공아, 제발 홀더 안으로 또르르 굴러 쏙~ 들어가 주렴" 마음속으로 주문을 건다. 겨드랑이를 딱 붙이고 오각형을 만든 두 팔로 공을 홀 안으로 밀어 넣는다. 땡그랑! 경쾌한 울림이 짜릿하다. 금세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바람이 잠시 불어와 땀을 식혀준다. 


 내 맘대로 내뜻대로 된 일이 살면서 얼마나 있었을까?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마음을 비우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음을 골프는 알게 해 주었다. 워터해저드(골프에서 코스 안에 설치한 연못, 웅덩이 같은 장애물)벙커(골프 용어로 모래밭)에 빠지는 게 싫다고 빙빙 돌아가면 더 힘들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처럼 삶에도 많은 장애물이 있듯이 골프도 각 홀마다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았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정면승부를 걸면 때로는 쉽게 골인지점에 도달하기도 한다. 가끔 물속으로 퐁당 자취를 감추고 마는 골프공은 오르막 내리막 삶을 잠시 쉬어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1홀부터 18홀까지 내 인생으로 가정하면 나는 이미 9홀을 넘어 전반홀을 지나 후반홀 어디쯤에서 나이스 샷을 날리려고 욕심을 가득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힘 빼기를 잘하고 몸통 회전을 잘하고 힘을 써야 하는 구간이 어디인지 알고 있지만 바람과 샷의 상태는 나의 짧은 집중력을 흐려놓는다. 하지만 한 홀 한 홀 최선을 다하며 친다면 언젠가 기적같이 골프의 꽃 홀인원(HoLL IN ONE)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이제는 남편과 나란히 잔디를 누비며 나이스 샷! 을 외칠 수 있어 좋다. 나의 도전의 반은 성공이다. 늦었다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임을... 소파에 앉아 드라마 대신 골프방송을 함께 봐도 지루하지 않고 두 아들 어느정도 크고 나니 화재거리가 없었는데 둘이서 골프 이야기로 하하호호.. 웃는 날이 많아졌다. 늦깎이 골프 치기를 정말 잘했다. 서로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등을 두드려 줄 수 있는 배려와 사랑이 골프공처럼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무릎 밑까지 내려오는 치마 말고 짧은 골프 스커트에 타이즈를 신고 신나게 잔디를 누비는 내가 대견스럽다. 숨쉬기 운동이 전부였던 내가 이렇게 골프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내 안에 DNA(유전자)는 나를 이제야 골프의 맛을 알게 했을까? 오늘도 난  들쭉날쭉  떨어지는 골프공을 깃발 있는 곳까지 무사히 운반하는 일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즐겁게 하고 있다. 10월부터 12월까지가 베트남은 골프 치기에 최적의 날씨다. 욕심껏 무리하여 치다가 어깨 통증도 있었지만 잘 이겨 냈다.


 할 수 있을 때 맘껏 누리고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혹시 뭔가를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면 일단 시작해보세요. 시작이 반이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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