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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Aug 09. 2021

공 때려?골 때려

워워워~~~

  '최고가 되기보다는 최선을 다 해라'


나의 좌우명이며 교육관이다. 이기적인 생각으로 최고가 되려고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나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정정당당하게 승부수를 가르며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박수를 쳐준다.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본다.  


고귀한 금메달, 반짝이는 은메달, 멋진 동메달, 아름다운 4위... 각각 포상금 차이는 있다지만 애쓰고 수고한 땀방울의 가치를 다 매길 수는 없다. 다만 아쉽고 안타까운 순간만 기억될 뿐이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돈도 많고, 명예가 높고, 외모도 출중하고, 완벽한 지식을 겸비하고, 모든 것을 갖춘 자가 몇이나 될까? 신은 우리에게 부족과 결핍을 통한 겸손을 알게 하여 최선의 삶을 살게 하는 듯하다.

보물 ㅎㅎ

사진 속 나의 오래된 매달을 꺼내보았다. 무지개 끈은 낡아서 떼어 놓은 지 오래고 서랍 깊숙한 나의 보물창고에서 먼지 털고 오래간만에 빛을 보았다.

 

여고 졸업식 때 받은 매달이다. 3년 개근상이다.

우등상보다 더 값진 성실함을 칭찬하기 위한 메달

이 물건은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나에게 큰 힘을 실어 주었다.


금도 아닌데 모양새는 금메달을 닮아있다. 난 성실함이라는 갑옷을 입고 세상과 마주했다. 최고가 되지는 못했지만 늘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냈다. 남편에게도 자식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삶 말이다.


내 나이 앞자리 숫자가 5로 바뀌는 동안 무던히도

경쟁해야 하는 세상살이는 나를 피곤하고 지치게 했다. 그럼에도 그저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다. 지금도 여전히 나의 삶에 중심은 성실함이고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고 안된다고 해도 근성을 가지고 버티어 내는 편이다.



 

 골프공 때리면 도망간다.


참 신기하다. 골퍼가 되려면 공과 친해져야 하고 공을 사랑해야 한다. 골프공은 때리는 게 아니고 멀리 보내주는 것이다. 초보때는 무조건 세게 힘차게 공을 골프채로 때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온몸에 힘을 잔뜩 실어서 스윙했다. 그럴 때마다 공은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고 헤맸다.


드라이버, 우드, 유틀리티, 아이언 샷  모두 공을 앞으로 길게 쭈욱 뻗어 보내주어야 한다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골프는 '보는 것'과 '하는 것' 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힘을 빼라는데 어디서 어떻게... 최소 1년 이상의 연습과 땀방울이 필요했다. 


어려운 골프 용어도 터득해야 하고, 그립 잡는 법, 스탠스, 어드레스 동작 하나하나를 익혀갔다. 기본과 기초 자세를 잡고 반복되는 연습을 통해 감각을 몸과 채에 실어 나만의 샷을 만들어 가는 거였다. 그럼에도 코스마다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르막, 내리막, 비탈진 곳에서의 샷은 정말 어려웠다. 골퍼가 되려면 골프의 룰을 이해하고 알아야 했다.


특히  퍼팅은? 최고의 집중력과 난이도가 매력적이다. 그 또한 공을 때리면 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빙글빙글 홀 밖에서 주춤주춤 거리다 멈춰 선다. 삶을 골프공에 비유해보자. 내 맘대로 자식을 휘두르면 도망간다. 말도 더 안 듣는다. 거칠게 때리기라도 하면 마음에 금이가고 상처가 남는다. 그러니 살살 힘을 빼고 골프 치듯 사랑 해주자  매너 있게 규칙을 정해서 자녀교육을 하는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우리 집에 걸려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공을 잘 칠 수 있을까? 골퍼 자신과의 한판 승부임을 알게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자신감과 연습, 그리고 부드럽고 가볍게 채를 들어 올리고 내려올 때 인팩트를 줘야 하며 마무리 피니쉬 샷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말 골 때리는 스포츠다.


'그만두면 되지'라고 쉽게 말하지만 인생처럼 가는 길에 장애물을 만났다고 도망가는 격이 아니던가? 시작했으면 최선을 다해보자. 이미 골프 선수되기엔 나이가 많으니 편하게, 꾸준하게, 성실하게,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 잘 되겠지... 하며 3년이란 시간과 땀을 투자했다.


말보다 실천이 필요했다.   





골프장의 추억은 기적이다.


요즘, 나는 초보 골퍼(비기너)들과 스크린 골프를 일주일에 한두 번 치고 있다. 나의 초보시절을 떠올리며 이말 저말 경험담을 늘어놓으며 웃는다. 코로나가 와서 주춤주춤 했지만 그래도 어느새 3년 차 골퍼다. 무료했던 일상을 바꿔놓은 행복 , 승부욕도 열정도 살아났다. 소중한 샷을 위한 집중력도 생기고, 공을 따라 18홀까지 치고 나면 뿌듯함과 대견함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골프에 푹 빠진 초보자들은 내가 그랬듯이 이곳저곳 아프다고 호소를 한다. 쓰지 않던 근육들이 놀래서 주인 행세하며 등짝? 어깨? 팔다리 쑤시고, 결리고, 통증을 주지만 이것이 일명 골프병이다.ㅎㅎ이걸 이겨내야 진정한 골퍼가 되는 거다.


소향 작가님의 글 '물수제비'를 읽고 급 골프공으로 물수제비를 떴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골프장 해저드(연못)에 빠진 공이 팅! 팅! 팅! 팅... 세네 번의 물수제비를 뜨고 기적처럼 풀밭으로 올라오는 러키 볼을 쳐보았다. 오 홀! 기적이다.


커다란 나뭇가지를 맞추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기도 했다. 공이 아팠을까? 나무가 아팠을까? 내 마음이 아팠다. 잔디밭에 공을 디봇(잔디 판 자국)을 낼 때도 잔디보다 내가 더 아프다. 잘 쳐서 머리 날아가야 할 공이 풀과 함께 멀리 가지 못했으니 말이다.ㅎㅎ


쑤웅~~ 바람 타고 날아간 공이 깃발 앞에 떨어졌다. 홀인원의 기적을 맛볼 뻔... 첫 버디를 하고 한턱 쏜다고 밥을 사기도 했다. 날아갈 듯이 기쁨의 환호성을 지른다. 골퍼가 된다는 건 이 작은 기쁨을 맛보려는 것이다.


비를 뚫고 날아가던 공, 언덕 위로 올라가 풀숲을 헤쳐 나온 공, 물속으로 빠진 공 , 모래밭에 구른 공, 이런저런 공을 따라 공과 함께 웃고 땀내는 동안 어느새 골퍼는 골 보내는 맛을 알아가며 성장했다.

ㅎㅎ이제는 말할 수 있다. 많은 시행착오와 실수로 엉망이던 골 포자(골프를 포기 한자)가 될 뻔했다고...



멘털도 잡아야 하고 마인드도 좋아야 한다. 그리고 성격도, 에티켓도, 인간관계도 에고 ~~ 안 하고 말겠다. 아무나 하는 건 아닌 듯 하지만 누구나 도전해볼 만한 스포츠다. 골퍼가 공만 때리는 게 아니라 골(머릿속)도 때린다. 골프장의 추억이 하나하나 기적을 만들어 가듯 삶도 기적 같은 일들이 하나 둘 모아져 노을처럼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 가는 이다.


남편의 골프 잔소리를 이겨내고 내가 골퍼가 되었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 ㅎㅎ

조금씩 천천히 성실하게 성장하는 나의 기적 같은 삶이다. 골프공 때려? 노노 살살 달래서 사랑하며 나이스 샷을 날려 본다. 스트레스도 함께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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