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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Oct 21. 2021

울고 있나요?

마음앓이 1.

새벽 3시

쓰나미가 몰려왔다.

가을 한파보다 무시무시하다.

삐삐 빅 비밀번호를 누른다.

이중 잠금을 걸어두었는데...

이 시간에

누굴까??

조심스럽게 문 앞으로 다가갔다.

찬바람이 쌩~~

아들이다.


"무슨 일이냐? "

이중장금을 해체하고 아들을 맞이했다.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엎드려 엉엉 울고 있다. 이런 모습 처음이라 놀랍다. 가만히 기다렸다. 잠이 확 달아났다.


술냄새도 나고, 상태도 좋지 않다. 모더나 2차 접종 이상반응으로 오해하기 딱 좋다지만 열도 아픈 곳도 없으니 마음앓이인 듯했다.


살금살금 조심조심 아들방으로 가보았다. 어깨를 들썩이며 울다가 잠시 멈췄다. 물 한 컵을 들고 들어가 침대 끝에 나란히 앉았다. "엄마, 나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그렁그렁 눈물을 쏟아낸다.


 첫 사회생활의 성장통이었다. 일도 사람 관계도 버겁고 힘들다는 토로였다.




목이 멘다.

콧물 인지? 눈물인지 티슈를 계속 뽑아주며 말없이 함께 울고 있다. 아들은 문과생이다. 그러나 지금 하는 일은 이과생들도 힘들다는 일들을 병행하고 있고, 분명 힘들었을 거라는 짐작만 했을 뿐이다.


 그래도 잘 이겨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주말도 없이 일과의 전쟁에서 넉 다운이 되었나 보다...


많이 힘들어서 잠도 못 자고 일을 겨우 마무리하고 새벽 3시에 엄마가 보고 싶다고 달려왔다. 기차도 버스도 끊긴 시간에 할증료에 거금을 지불하고 택시를 타고 나에게 오다니... 한 번도 이런 적 없는 아들 모습에 내 마음도 따라 울고 있다. 1시간째다.


취업이 되었다고 좋아했는데... 자존감이 무너진 채로 울고 있는 아들의 넋두리를 새벽 미명의 시간에 듣게 될 줄이야 등에서 땀이 훅 ~~ 났다. 참고, 참고, 참다가 폭발한 듯 흐느낀다.


눈물 닦은 티슈가  하얀 언덕이 되었다. 횡설수설 아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엄마에게 이런 모습 보여서 미안하다며 애써 눈물을 훔쳤다.


갑자기 찾아온 가을 한파보다 아니 쓰나미보다 무서운 폭풍우였다. 돌 지날 무렵 울던 아들은 자라면서 지금까지 큰일 없이 잘 지내왔었다.


물 한 컵을 들이켠다.

 "엄마는 왜 울어? 울지 마세요."

그 와중에 어이가 없다.


감정 소비하며 서울 강남에서 충남 아산까지 무슨 정신으로 왔을까? 등을 토닥토닥 쓸어주며 "괜찮다. 잘했고, 잘 왔다." 한 동안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더니 속이 후련해진 모양이다. 어릴 적 노래를 불러주면 잘자던 어린아이는 어른이 되어 아기처럼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새로운 삶을 살아내는 사회초년생 마음앓이란 걸... 성장통이란 걸 알지만 그저 눈물이 났다. 좀 더 단단해지고 견고하게 마음 근육이 생기길 간절히 기도했다. 아들의 마음앓이가 전염병처럼 나에게 전염되었다.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어이없는 한밤중 대소동이 그렇게 지나갔다.


좋은 생각, 긍정적인 마인드, 행복, 사랑이 한순간 쓰나미를 몰고 온 듯 내 마음이 너덜너덜하다.




동이 트는 아침에서야 잠이 들었다. 다음날 월차를 내고 쉬어가기로 했다. 오래간만에 길게 아침잠을 잤다.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가끔은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고, 화내고 싶을 때 화내고,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면서 살아야겠다. 감정을 숨기고, 안 힘든 척, 행복한 척, 남을 배려만 하지 말고 내 감정과 솔직하게 마주해야겠다. 비워낸 마음에 희망 새싹이 자라도록 더 큰 사랑으로... 안아주리라.


앨범 속에서 돌 지난 아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니 사랑스럽다. 어른들도 가끔 어린아이처럼 울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잠시 이렇게 울어보는 건 어떨까? 아들은 한 뼘 더 성숙한 듯 마음앓이를 했다.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다. 가을 한파로 몸도 마음도 춥다.

돌이 지나고, 젖병 대신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젖병 달라고 울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언제나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준 큰아들

힘든 유학생활도, 군대생활도

엄마 없이 코 시국을 보내며

취업까지

척척

해냈건만...


가을 한파에

아들도 휘청 ~

낙엽이 될 뻔했다.

피어나라 청춘이여!!

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불어라


만화영화를 좋아했던 아들,

아픔만큼 성숙하는 거란다.

울어라 마음껏... 사랑한다.


아들이 주문한 향수가 도착했다. 신발장 앞 입구에 향기를 잔뜩 뿜어내고 출근을 했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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