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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퉁퉁증 Sep 24. 2022

일어교육과 학생들은 졸업 후에 무슨 일을 할까?

일어교육과 졸업생들의 진로

이미 20년 전부터 일본은 하향 시장이고 이제는 중국이 뜬다며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런 이유로 고등학생 때 제2 외국어로 일본어 대신 중국어를 고르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 친구들이 중국어를 잘하게 된 것도, 배운 중국어를 기억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그 당시의 분위기는 그랬다.


내가 제2 외국어를 일본어로 고른 것도, 전공을 일어교육으로 정한 것도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일본어가 재미있었고 일본이 좋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문과보다는 기왕이면 교사자격증이라도 받을 수 있는 일어교육과를 택했다. 사회에서 말하던 하향 시장인 일어교육과를 택한 동기들은 일본이 좋아서,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성적에 맞춰서, 별 뜻 없이 등등 다양한 이유로 입학을 했다.


그때 교수님들은 우리 과에 긍정적인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이유인즉슨, 우리가 졸업할 때쯤이면 1세대 일본어 선생님들이 정년퇴직할 시기가 되어 임용고사 티오가 많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나는 선생님에 큰 뜻이 있어서 입학한 것도 아니었고 내 실력으로 임용고사를 합격해낼 자신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말들이 달콤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나는 일본으로 떠났고 노량진에서 일본어 임용고사를 준비하던 내 동기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 해 일본어 교사 티오가 전국에서 0명이라는.


그랬다. 1세대 일본어 선생님들이 정년퇴직하는 시기였을지는 몰라도 일본은 확실히 하향 시장이었다. 대학교 4학년 때 교육 실습을 나갔을 때 알게 된 사실인데, 제2 외국어 시수가 줄고 선생님을 뽑지 않아 제2 외국어 담당 선생님들이 순회 교사가 되는 일이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며칠은 A학교에서, 며칠은 B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것이다. 일본어 선생님의 현실은 이것이었다.


우선 나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에 가서 한국어 강사로 2년을 일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미국계 일본 회사의 한국 법인에서 온라인 마케팅, OEM 회사에서 일본 영업 담당, 일본 브랜드의 BM으로 일했다. 그리고 현재는 일본어를 버리고 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TMI. 나는 프로이직러


지금까지 연락을 하는 동기 S는 정말 학생들을 좋아했고 일본어 선생님이 되고 싶어 했다. 임용고사를 준비했지만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했고 학원 강사가 되었다. 오전에는 일본어 학원에서, 오후부터는 초등학생들의 창의력 학원에서 일했다. 그러다 초등학생들의 학부모들에게 시달리다 자기의 꿈이 박살 났다. 그리고는 오사카에서 요리를 배워온 사람을 만나 결혼 후에 부부가 일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락하는 유일한 대학 동기이고 동기들 소식은 이 친구를 통해 듣곤 한다.


유일하게 선생님이 된 동기도 있다. 이 동기도 선생님을 꿈꿨는데 티오가 나지 않아 일반 회사에서 일하다 일본어 티오가 난 순간 바로 회사를 그만두고 임용고사를 준비했다고 들었다. 그렇게 합격해서 선생님이 되었다.


일본어 선생님에는 큰 뜻이 없지만 별달리 하고 싶은 게 없었던 동기 하나는 임용고사를 준비하다 일본어 교사 티오 0명에 충격을 받고 바로 공부를 내려놓았다. 그 후엔 일본어 방과 후 교사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자기들끼리 친했던 남자 동기 3명은 일본어에 큰 뜻이 없어 졸업 후에는 공부를 더 하더니 비슷한 시기에 각각 지하철 기관사가 되었다. 결혼도 하고 다들 잘 사는 것 같다.


지난번에 쓴 글에서 언급했던 일본인과 결혼해 일본에서 한국어 학원을 하는 선배도 있다.


사람 싫어하는 내가 그나마 친하게 지냈던 한 선배는 일본계 회사에 취직해 일을 하다가 결혼 후에 남편의 직장 때문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제는 아이 엄마가 되어 전국으로 이사를 다니고 있어 얼굴 한 번 보기도 어렵다.


졸업 후에 대학원을 진학한 동기도 있었는데 소식을 들은 바가 없어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


가장 무난하게는 일본계 회사를 다니는 동기들도 있고 일반 회사에 취직한 동기들도 있다.


아마 다른 학과를 졸업하더라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 전공을 살린 사람과 전공과는 무관한 일을 하는 사람, 전공을 살려서 일을 시작했더라도 이직으로 전혀 다른 분야로 간 사람. 아무리 전망이 좋은 전공이라 하더라도 전공을 살리지 못할 수도, 살리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 나는 전공과 멀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내 전공을 살려서 일했던 경험과 내 삶에 끼친 영향이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만들어 줬다. 그러니 일어교육과, 선택하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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