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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초장 Oct 12. 2020

감각처리(Sensory processing)의 이해

감각처리/감각통합 유형분석과 감각발달을 위한 액티비티 아이디어

알렉스는 일어나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집에서 학교로 오는 7인승 택시 안에서부터 일이 발생한다. 알렉스는 안전벨트를 하는 것이 몹시 불편한가보다. 자꾸 안전벨트를 벗어버리고 자리에서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나면 옆에 있는 친구들 뿐만 아니라 운전기사 아저씨의 정신을 쏙 빼놓기 일수다. 물론 학교에서도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담임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하루의 시간표를 점검할 때도 알렉스는 자리에 앉아있지 않고 교실 여기저기를 마치 처음 본 것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온 교실을 헤집고 다닌다. 보조교사 선생님은 알렉스를 자리에 앉히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잠깐 자리에 앉아있나 보다 싶더니만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칠판 쪽으로 가더니 보드마커를 들고 칠판에 이리저리 갈겨쓰기 시작한다. 이를 본 담임선생님이 보드 마커를 알렉스에게서 빼앗자 이번에는 선생님의 얼굴을 만지기 시작한다. 선생님이 겨우 알렉스를 달래서 자리에 돌려보내며 긴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쉬는 시간이 되어 모든 학생들이 놀이터로 향한다. 아이들의 밝고 신나 보이는 모습을 보니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을 많이 기다렸나 보다. 존은 잽싸게 미끄럼틀에 올라가 신나게 내려온다. 뒤를 이어 제시도 따라 내려온다. 둘은 번갈아 가며 바람을 힘차게 헤치며 몇 번이고 반복해서 미끄럼틀 놀이에 신나 해 한다. 옆에 있는 대니얼은 모래를 손으로 주섬주섬 모아서 성을 만들고 있다. 이를 보던 알렌도 모레 성을 따라 만들고 있다. 이때 갑자기 모래성을 가로지르는 알렉스로 인해 모래성은 무너지고 대니얼과 알렌은 울기 시작하며 놀이터는 한바탕 난리가 난다. 게다가 알렉스는 그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몰래 혼자서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한다. 달리고 또 달려서 결국 교문 담장까지 다다랐다. 잠깐 멈칫하더니만 담장을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이를 멀리서 지켜보던 옆반 선생님이 잽싸게 달려와 겨우 알렉스의 팔을 잡고는 교문 담장에서 끌어내린다. 하마터면 담장을 넘어 도로에 달려들어 지나가는 차에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릴 지경이다. 담임선생은 ‘휴~~’하고 한숨을 길게 내쉰다.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당신이 알렉스의 담임교사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교실 주변 환경을 잘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혹시 교실 안에 위험요소를 발견한다면 즉각적인 처리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알렉스가 어떤 감각자극에 언제, 어떻게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지 꼼꼼하게 기록하도록 한다. 이러한 정보수집을 분석하여 알렉스에게 맞는 감각처리/감각통합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어 의미 있는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학부모와 정보를 공유하며 끊임없는 의사소통을 통해 알렉스의 감각 추구 행동을 채워 줄 수 있는 적절한 방법으로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학교 밖의 생활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알렉스의 감각처리 유형을 알기 위해서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각처리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감각은 외부로부터 혹은 우리 몸속의 다양한 감각정보를 받아 신경계를 통해 뇌에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전달받은 메시지는 우리의 뇌를 통해 내용을 분석, 처리하여 적절한 운동 반응으로 바꾸어 준다. 즉, 우리의 뇌를 통해 감각 메시지는 여과과정을 거쳐 각각의 담당 감각기관 (시각, 청각, 촉각, 미각, 청각, 전정 감각-균형감각, 고유수용성 감각-몸의 위치 변화 인지를 담당하는 감각)에 전달하여 해당 메시지를 해석 또는 통합하여 적절한 운동반응으로 만든다. (이러한 감각처리 과정을 소위 감각처리/감각통합이라고 한다.) 

감각처리/감각통합 과정 [출처:https://sites.psu.edu/intropsychf19 grp7/tag/sensory-processing/]


하지만, 감각통합의 장애가 있는 사람은 감각 메시지의 여과, 조절, 또는 해석, 처리 작용에 문제가 있다. 그리하여 감각 메시지에 대한 적절한 처리 및 운동반응을 이끌어 내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감각통합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소리에 아주 민감한 사람   

     빛에 아주 민감한 사람 (자주 눈을 깜박이는 경향이 있다).    

     극도로 움직임이 많은 사람 혹은 극도로 움직임이 적은 사람.    

     특정한 천이나 옷감에 민감한 사람 (예를 들면, 옷에 붙은 태그에 민감하여 잘라버려야 하는 사람).    

     미각에 문제가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은 주로 편식을 하게 되며, 언어지체나 언어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소근육의 문제가 있는 사람 (가위질, 손글씨, 그림 그리기,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대부분 서툴다).    

     대근육을 사용하는 액티비티나 운동기능의 문제가 있는 사람 (걷기, 등산, 달리기, 계단 오르기, 공놀이 등 운동능력이 대체적으로 부족하다).   

이 외에도 감각통합의 문제가 있는 사람은 학습이나 (인지력, 학습력, 집중력) 기본적인 자기 돌봄 능력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감학 통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유형의 감각처리 유형 (감각 추구자, 감각 회피자, 감각 민감자 등)이며 어떤 감각기관에 문제가 있는지 분석하고 적절한 중재를 통해 감각처리 능력을 키워나가도록 한다.     


알고 보면 우리 일상 속에서 감각처리 및 감각통합의 예는 수없이 많다. 예를 들면, 우리가 자전거를 타는 것은 다양한 감각기관을 사용한다. 시각을 통해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방향을 가늠해 갈 수 있다. 청각을 통해 어떤 물체 (자동차, 다른 자전거)가 오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혹시나 모를 위험요소나 장애물이 나타날 때는 시각과 청각을 통해 이를 피해 갈 수 있다. 또한, 자전거를 타면서 주변 경치를 즐기며 온몸에 부딪치는 바람을 촉각을 통해 경험한다. 도로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 꽃 향기를 맡으며 우리의 후각을 자극시킨다. 그리고 자전거에 올라타서 전정 감각을 통해 밸런스를 유지한다. 고유수용성 감각을 통해 근육에 힘을 주어 다리의 움직임을 조절하여 페달을 밟아 자전거를 움직이게 한다. 이 모든 감각기관이 제대로 작동될 때야 비로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 같이 알렉스의 감각처리 유형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렉스의 지칠 줄 모르는 움직임, 사물 또는 사람을 만지는 행동, 달리기, 담장을 뛰어넘는 행동,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행동을 볼 때 알렉스는 감각 추구자 (Sensory seeker)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감각 프로파일 (Sensory Profile 2)과 같은 진단평가 도구를 통해 구체적인 감각 유형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움직임이나 촉감 및 미각에 강한 자극이 필요한 유형이다. 이 평가를 바탕으로 알렉스에게 맞는 감각 다이어트 (Sensory Diet) 프로그램을 만들어 준다. 즉, 알렉스의 감각 추구 행동을 채워줄 수 있는 적절한 감각통합 프로그램 (주로 전정 감각 및 고유수용성 감각 액티비티)을 교실 안과 밖, 감각통합실, 혹은 체육관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아침 조회 후, 점심식사 전, 하교시간 전 하루에 3회에 걸쳐 이루어질 수 있다 (학생의 감각 자극의 필요에 따라 프로그램의 횟수와 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보통 감각통합 액티비티를 하게 되면 1~2시간 정도는 알렉스에게 필요한 감각을 제공해 줌으로써 알렉스가 교실 내에서 이루어지는 수업활동에 잘 참석할 수 있다. 도구를 사용한 감각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Photo by Jasper Garratt on Unsplash

     트램펄린    

     스쿠터 보드   

     천으로 만든 감각 터널    

     밸런스 반구    

     메디슨 볼    

     바디삭스   

     크러시 매트   

     해먹   

     평판 또는 원형 그네    

     밸런스/로코 보드   

감각 브러시

     짐볼 (크기는 학생의 신체에 따라 구분하며, 손, 다리, 등, 배 부분에 충분한 자극을 준다.)   


감각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전정 감각 및 고유수용성 감각 액티비티를 균형 있게 짜는 게 좋다. 예를 들면, 트램펄린 20회 후에 양손 밸런스 요가포즈를 1분 정도 하고, 스쿠터 보드를 탈 수 있는 충분한 공간에서 (체육관, 감각통합실 등) 타고난 후 전정 감각을 위한 로코보드/밸런스 반구 액티비티를 번갈아 가면서 진행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 시간마다 짜인 프로그램으로 반복하여 일정한 기간 동안 실시한 후에 다시 프로그램을 점검 및 수정 보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감각통합 프로그램을 통해 알렉스의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학습, 집중력 등을 꾸준히 향상해줄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프로그램 내용은 학생의 운동능력, 학교의 주변 환경에 맞게 적절하게 바꿀 수 있다. 교실의 환경, 학생 (진단명, 운동능력, 학생의 스트레스 레벨 또는 피로감), 감각통합 도구, 그리고 프로그램을 학생의 수준에 맞는 짜인 구조를 통해 학생이 필요로 하는 감각자극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감각 다이어트를 통해 학생의 행동, 학습, 사회성, 상호작용,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일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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