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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한 숟가락

김치찌개 맛있게 끓이는 법

by 가을웅덩이

딸이 가르쳐 준 대로 끓인 김치찌개를 취업을 준비하다 집에 온 아들에게 내밀었다.


"음~~. 맛있기는 한데 무를 넣으면 시원하고 맛이 한결 좋아지겠네"


김치찌개는 즐겨 먹는 메뉴라 도전은 많이 했지만 맛이 없어서 인기없는 반찬이었다. 몇 달 전, 딸이 김치찌개의 비법을 알려주었다. 햄과 김치, 야채들을 넣고 푹 끓이다가 마지막에 고추장을 한 숟가락 넣으라고 했다. 한 숟가락의 고추장이 김치찌개의 변혁을 일으키는 사건을 맛본 후로는 김치찌개를 끓이면 실패한 적이 없다.


요리 뿐 아니라 글쓰기나 예술 작품, 하물며 인생에도 한 숟가락의 고추장이 있다. 남들과 똑같이 쓴 글인 것 같은데도 무언가 감칠맛이 나는 글이 있듯이 그 글에 들어있는 고추장을 발견해 보아야 한다. 오래전에 지인의 그림 전시회를 다녀온 적이 있다. 평범해 보이는 그림들이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림마다 해 모양의 마크가 크기와 위치를 달리하며 하나씩 들어가 있었다. 그 마크 그림은 평범해 보이던 그림들에게 신비로운 느낌을 얹어 주었다. 한 숟가락의 고추장인 것이다.


한 숟가락의 고추장이 맛을 내게 하려면 푹 끓이는 수고와 인내도 필요하다. 고추장만 넣는다고 찌개가 되지 않듯이 일상과 루틴들이 어우러져 시간의 인내로 끓여질 때, 한 숟가락의 고추장이 그 빛을 발하게 된다. 평범해 보이는 매일의 일상이지만 하루하루 쌓이다 보면 작은 작품이 되고 나 만의 루틴을 정해서 매일 조금씩 이루다 보면 작은 그림이 완성된다.


마트에 들르게 되면 돼지고기 뒷다리 살 한 팩과 고추장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공부와 씨름하고 있는 아들에게 줄 김치찌개를 끓여주기 위해서 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햄 대신 돼지고기를 듬뿍 넣고 김치와 야채들과 큼지막하게 썬 무를 넣어 푹 끓이다가 고추장 한 숟가락으로 맛을 내어 준다. 매일매일 반복해서 쌓아가는 공부와 무엇을 해 먹일까 고민하며 밥을 짓는 사랑이 어우러져 끓여지다 보면, 한 숟가락의 고추장 같은 기회가 찾아와 아들의 멋진 인생이 펼쳐질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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