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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웅덩이 Sep 07. 2024

사용기한

약품을 정리하면서 미래를 먼저 살아갑니다

주문한 약품이 들어오는 날에는 분주하다. 약장 정리를 한다. 사용기한이 긴 것은 뒤로 보내고 짧은 것은 앞으로 둔다. 선입선출이다. 대부분의 약들이 사용기한이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정도 된다. 그러다 보니 들어오는 약품 용기에는 2025년에부터 2029년까지의 숫자가 적혀있다.


악품을 정리하다가 미래를 떠 올려본다. 약품통에 적힌 그날에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여전히 이곳에서 약품을 정리하고 있을까 아니면 다른 일을 하고 있을까 상상을 해 보기도 한다.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을까?


약업을 천직이라 여기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약을 깊이 연구하는 일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주어진 곳에서 사용되는 약은 열심히 익히고 있다. 8년 전부터는 의약품 오남용 예방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1년에 두세 번 강의를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는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여가 시간 동안에는 다양한 취미 생활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배우고 싶어 했던 피아노를 49세에 도전하기 시작했고 유튜브에 성경낭독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서 업로드하고 있다. 독서를 위한 북클럽을 운영하기도 하고 참여하기도 한다. 디지털에도 관심이 많아서 디지털 튜터 자격도 취득한 적이 있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AI도 조금씩 발을 담그는 중이다.    


새로운 툴을 배우고 그 배운 것을 나누며 살아가는 시간이 행복하다. 즐거움을 준다. 유용한 기능을 알게 되면 유레카를 외치며 속해 있는 커뮤니티마다 카드뉴스로 알려 준다. 리워드가 있는 챌린지가 있으면 정보를 나누며 함께 진행한다. 지난 3월에 함께 도전했던 클립챌린지가 그런 경우였다.


약품통에 있는 사용기한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정해진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약들이 그 효과를 낼 수 있는 기간이 바로 사용기한까지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다. 건강 문제로 자신의 달란트를 내려놓아야 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보게 된다.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지만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내려놓아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 할 수 있는 일들을 지금부터 하나씩 배우고 익히며 만들어가고 있다. 요즈음은 무언가를 시도하려면 디지털에 익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뒤쳐지게 된다. 그래서 배움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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