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바쁜 요일이지만 가장 행복한 요일입니다.
월요일 오전에는 출근을 하자마자 병동에서 필요한 약을 가지러 내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 보니 긴장을 안고 출근을 한다. 주말 동안 사용한 비치약을 다시 채우는 일, 추가약을 챙겨 주고 정규약을 짓는 일을 시작한다. 병동마다 올라갔던 약 봉투들이 내려오면 정리하는 일도 포함된다. 담당의사 별로 나누고 환자명을 가나다 순으로 정리해 두어야 다음 약을 지을 때 순조롭다. 마약류 봉투도 같은 방법으로 정리한다.
한때 봉투 때문에 힘이 든 적이 있었다. 환자이름과 번호만 적어 두었는데 층과 담당의사가 다르다 보니 약을 지을 때마다 찾느라 스트레스였다. 어느 날 봉투에 환자명과 담당의, 층 숫자를 모두 적어보았더니 지금은 봉투를 정리하고 찾는 일이 쉬워졌다. 콜럼버스의 계란 세우기처럼 알고 나면 별 것 아니지만 몰랐을 때는 정말 어렵고 불편한 일이었다.
월요일은 긴장감으로 에너지를 소진하는 시간이지만 오전 근무라서 한편으로는 즐거운 요일이다. 수요일에 오전 근무를 추가하면서 월요일을 오전 근무하는 날로 정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오전에 에너지를 다 쏟은 후 점심을 먹고 퇴근하는 발걸음은 무척 가볍다. 퇴근 후에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이 넘친다.
대부분은 혼자 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날이 많다. 동네에 언제부터인가 하나둘씩 생기던 카페가 이미 20여 곳이 넘어서고 있다. 면 단위의 시골마을임에도 말이다. 지난달에는 아티스트 데이트라는 이름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카페를 순회하기도 했는데 어떤 날은 아이패드를 들고 가서 드로잉캘리를 하며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 카페로 가는 길에 핸드폰으로 찍은 꽃이나 잎 사진을 사용해서 드로잉을 한다.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 앱을 사용하면 사진을 불러와서 밑그림으로 사용할 수 있다. 색도 손가락을 원하는 부분에 대고 꾹 누르기만 하면 추출할 수 있다.
분주한 오전과 대조적으로 느슨한 오후를 보내고 나면 월요일 증후군을 줄일 수 있어서 좋다. 힘들게 일한 후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다. 평상시에도 힘들거나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하고 그 보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나중에 한다. 그래야 거뜬히 해낼 수 있고 완성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세상살이가 늘 그렇지만은 않기에 생각해 낸 방법이다. 꼭 해야 하지만 힘들거나 하기 싫은 일이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