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한 온도와 습기를 유지하는 것이 약국 환경의 기본이다. 온도는 1도에서 30도, 습도는 35%에서 75% 사이를 유지하는 것이 보통이다. 약품들은 습기에 약하다. 경구약이 습기에 약한 이유는 수용성이기 때문이다. 물로 약을 삼키면 대부분 위장 안에서 녹게 되고 장으로 가서 흡수가 되어 효과를 나타낸다. 대부분의 약들이 그 효과를 잘 내기 위해서 수용성으로 만들어져 있다. 어떤 약들은 습기에 취약해서 개별 포장되어 나오기도 한다. 먹기 전에 개봉해서 먹도록 되어 있다.
습기는 기계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전자동포장기는 습도가 높은 장마철이면 어김없이 삐걱거린다. 항상 장마가 시작되는 7월 즈음에 멈춤 신호가 자주 나타났다. 노화가 시작되어서인지 올 해는 더 자주 멈추어서 약을 지을 때마다 신경이 온통 기계에 가 있다. 습기가 많은 날은 나도 온몸이 솜처럼 무거워져서 일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온도보다 습도에 더 민감해지고 있다.
작년 가을이었다. 출근을 하니 제습기가 들어와 있었다. 주말에 병원장이 급히 주문했다고 했다. 그날엔 습도가 높아서 약국 창문에 습기가 차 있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전에도 장마철이 되면 습기가 많았지만 작년의 경우엔 심했다. 가을장마로 늦게까지 습기들이 약품들과 기계들을 괴롭혔다. 여름 장마보다 가을장마가 더 습기를 몰고 왔다. 평일에는 에어컨으로 제습을 하기에 적정한 습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주말에는 습기에 온통 노출되어 있었던 게다.
제습기가 들어오자 약국은 60% 정도의 습도를 유지할 수 있어서 쾌적하다. 주말에도 켜 두고 가는데 물통이 가득 차면 자동으로 멈추게 되어 있어서 편리하다. 매일 출근을 하면 제습기의 물통을 비우는 일부터 시작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6월부터 시작해서 여름 내내 습기들을 가습기 물통에 채워서 버리고 있다. 여름이 길어지다 보니 제습기도 지금까지 바쁘게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