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제약회사마다 품절약이 가끔 있어서 공문이나 문자로 알려 준다. 연 초에 구입한 원료들을 다 소진하게 되어 품절되는 일은 해마다 있었다. 하지만 소량의 품목이었고 새해가 되어 다시 제조할 때까지 사용될 물량들이 있어서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 1년 정도 지난 어느 날 자주 사용하는 악품들이 하나씩 품절이 되었다. 절망적인 소식은 언제 풀릴지 모른다는 응답이었다. 그때부터 아직까지 품절로 남은 약 중에 아미노필린 제제가 있다. 지금은 주사제까지 품절이 걸린 상태다. 천식에 사용하는 저렴한 정제였는데 이제는 아예 생산이 중단되어 버렸다.
최근 천식에 사용하는 벤토린 네뷸이 공장이전으로 인해 내년 4월까지 생산이 되지 않을 거라는 소식을 접했다. 벤토린은 급성 천식에 사용하는 약품인데 빨리 약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사망으로 이르기도 하는 중요한 응급약이다. 벤토린 에보할러 제품은 나오고 있지만 흡입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품절 소식이 전해지자 제제는 다르지만 비슷한 효능을 가진 아트로벤트 유디비 흡입액을 주문했다. 이 약은 재고가 넉넉해서 다행이다.
위장벽 도포제인 겔 제제와 빈혈치료제인 훼로바-유서방정도 매주 소량씩만 입고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약의 품절 소식은 가장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매일 거래처에 소량이라도 구해지면 보내달라는 문자를 넣는 일이 일상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고 있던 밀이 의약품 부형제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전쟁으로 인해 품귀현상으로 가격이 오르고 공급량도 줄어들다 보니 약품 제조에 차질이 생긴다고 했다. 덩달아 원료 물질이나 제조 과정의 경비가 오르다 보니 만들수록 손해 보는 구조가 되어 생산을 중단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환율도 의약품 품귀현상과 맞물려 있다. 의약품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소량이라도 들어오고 있어서 병동에는 원활하게 제공되고 있지만 품절 사태가 지속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이들은 환자들이다. 각자의 사정은 이해가 되지만 환자들의 건강에 덜미를 잡는 품절 사태는 사라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