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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미 윰글 Oct 29. 2023

완벽한 아이

[서평] 아버지의 '저질적 학대'와 그 상황을 이겨낸 '완벽한 아이'

내 집에 갇히다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세 살부터 열일곱 살이 될 때까지 자그마치 15년 동안 부모에게 감금되어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했다. 믿을 수 없는 소설 같은 일은 현실이었고, 그 이후 40년이 흘렀다. 소녀는 자신의 삶을 아버지가 사망한 후 글로 적어 '세상'에 전한다. 그것이 '완벽한 아이'라는 이 책이다.



'무엇으로도 가를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책표지에는 한 소녀가 짙은 초록색 숲 속에서 헤매고 있다. '완벽한 아이'는 왜 이렇게 외로워 보일까. 책의 뒷면에 적힌 글에서 그녀의 행복감이 느껴졌다.


'나는 경이로울 만큼 행복하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내 부모의 집을 나왔다. 정말로 나왔다.'


모드가 부모의 집을 떠난 것이 이리도 행복한 일인가. 그리고, 대체 무엇이 이토록 소녀를 고통스럽게 만들었을까.


작가 모드 쥘리앵은 1957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아버지와 교육학을 전공한 어머니'라는 가정환경이었지만, 아버지의 잘못된 교육관으로 인해서 세 살이 되던 해에 철책으로 된 집에 감금된다. 세상과 철저히 단절되어 15년 동안 갇혀 지내면서 부모로부터 정서적, 육체적 학대를 받는다. 그나마 그녀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게 해 주었던 것은 문학, 음악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었다. 그녀는 부모로부터 탈출하면서 세상의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했지만, 삶에의 강인한 의지는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정신의학과 심리치료학을 전공해서 1995년부터 심리적 통제와 정서적 지배를 전문으로 하는 심리치료사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버지의 '잘못된 사랑'


모드의 아버지 디디에는 자신의 아이를 완벽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그 아이를 낳아줄 아내 자닌을 여섯 살 때 자기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 그녀를 교육해서 후일 자신의 '완벽한 아이'를 낳아줄 아내로 삼았다. 그리고, 모드가 태어나고 3년이 지난 후 온 가족을 데리고 칩거 생활을 시작했다. 모드는 그때부터 지옥 같은 감금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디디에(아버지)는 모드에게 집안일, 정원 관리를 시키고 본인의 소변기를 들게 하거나 말에게 말고기를 먹이게 했다. 그러면서 그 말이 언젠가는 모드를 잡아먹을 것이라고 아이를 협박했다. 이게 과연 아버지가 아이에게 할 말인가. 어린 모드가 이 말을 듣고 느꼈을 공포심과 수치심은 얼마나 컸을까. 모드는 자신을 '숨 막히는 공간에 갇힌 바퀴벌레'라고 표현했다. 특히, 레몽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장면을 바로 앞에서 목격하고도 외면하는 자닌은 이미 엄마가 아니었다. 그러니, 그녀에게 모드에 대한 모성애를 기대한다는 것은 바보스러운 일이다.


모드에게 지옥 같은 생활은 15년간 이어졌다. 누구 하나 그곳을 침범할 수 없었고, 철저히 차단된 생활은 그녀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어머니마저도 아버지의 철저한 단절 속에서 아이를 제어할 수 없는 존재였다. 어쩌면 자닌(모드의 어머니) 조차도 오랫동안 철저히 남편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한 피해자일 것이다. 그러니, 인간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판단조차도 불가능한 '무력감'에 빠져서 살았다. 그 와중에도 다행스러운 것은 모드가 '탈출'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감금생활은 사람을 힘 빠지게 만든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자신감을 잃게 만들 텐데 모드는 어디에서 탈출의 용기를 낸 것일까. 그 아이에게 박수를 보내주었다.






아동 학대


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한 사람의 남은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다. 따라서, 아동 범죄는 철저히 그리고 최고형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학교에서도 타인을 괴롭히는 행동을 하는 아이는 반드시 지도를 받고, 행동 교정을 받아야 한다. 학교에서 이 과정을 배우지 않으면 사회에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사회의 악(?)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모드의 아버지 '디디에'분명한 아동학대범으로 소녀의 인생을 철저히 망가뜨렸다. 그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최고의 벌을 받았어야 한다.


작가가 한국에 있는 그녀의 팬들에게 보낸 영상을 봤다. 다행히 지금 그녀의 모습은 편안한 듯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아이라는 미래


아이는 누구보다 소중하다. 그러니, 어느 누구도 아이에게 가혹한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모드'의 아버지는 책표지에 적힌 글귀처럼 '식인귀'이고, 자니(모드의 어머니)와 모게는 '포식자'다. 모드와 자닌은 그에게 먹잇감이었고, 그의 허황된 꿈을 실현시키는 도구였다.



책과 음악의 힘


모드는 책과 음악의 힘을 통해서 그 어려운 상황을 이겨냈다. 이 모습을 보며 아이는 다양한 분야를 접해봄으로써 풍부한 감성을 키워야 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폐쇄적인 교육 환경 속에서도 동물과의 교감, 문학, 특히 음악으로 힘을 얻는 모드를 보며 안도했다. 인성이 형성되는 유년 시절에 학대를 받은 아이는 그 심리적 상처를 극복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모드가 자신을 지켜내며 마침내 그 집에서 도망쳐 나오는 순간 나는 가슴이 뻥 뚫리는 해방감을 느꼈다. 작은 소녀가 15년 동안이나 아버지로부터 탄압을 받고도 그 과정을 이겨낸 것에 존경심 마저 들었다. 그러고 나니 모드의 아버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과연 디디에는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가혹한 동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내 아이에게 잘하고 있는 걸까.


세상은 아이를 내어놓기에 두려운 곳이다. 그러니, 부모는 아이를 보호하려 한다. 하지만, 그 마음이 지나치게 강하면 과잉보호를 하게 되어 디디에만큼은 아니어도 자식을 내 보호막 안에 가두어 둘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부모의 울타리를 어디까지 두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나는 과연 내 아이에게 '적당할 만큼의 울타리를 쳐주는 걸까?' 반성해 봤다.


육아의 과정에서는 아이에 대해 적당한 '보호''풀어줌'이 반복된다. 그리고, 이 둘 사이의 적정선이라는 건 지극히 주관적이다. 내가 교사일 때는 그 한계를 학부모에게 어느 정도 명확하게 말할 수 있지만, 학부모로서 나 스스로에게는 쉽게 단정 짓기가 어렵다. 그건 어느 부모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금 엄마로서 나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모로서 자식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모드의 이야기가 조금은 극단적인 예가 될 수는 있지만, 적어도 부모로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한계선은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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