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국내유일 군대 축구팀 지도자다

국군체육부대 남자축구부 이야기

by 축군인

상무의 하루는 늘 분주하다.

아침이면 전투복을 입은 병사들과

트레이닝복을 입은 선수가

같은 식당에서 조용히 아침을 먹는다.

누구는 나라를 지키고,

누구는 경기를 준비한다.


나는 그 둘의 사이 어딘가에서

축구를 가르친다.


군팀이라는 이 낯선 공간은

내게 아주 특별한 기회를 줬다.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프로선수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어떤 지도자는 몇 년에 한 명 만날 선수들을

나는 몇 달 안에 열 명씩 만나본다.

다양한 팀, 다양한 배경, 다양한 성향.

그들의 말투, 몸짓, 눈빛을 지켜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왜 어떤 선수는 무너지고,

어떤 선수는 오히려 성장하는가?”


어떤 선수는,


피드백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혼날까봐 움츠러들지 않고,

말을 듣는 도중에도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걸 다음 훈련에서 어떻게 써먹지?”

그 고민을 습관처럼 한다.

그리고 그는 늘

작은 것 하나라도 바꿔서 돌아온다.


그럴 땐 말하지 않아도 안다.

“얘는 된다.”



또 어떤 선수는,


언제든 투입될 준비가 되어 있다.


비출전이 이어져도 루틴은 무너지지 않는다.

늘 같은 시간에 운동하고,

누가 보든 안 보든 자기 몸을 다듬는다.

“혹시 몰라서 준비한다”는 말을,

그는 매일의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런 선수는

어떤 팀에 가도 결국 살아남는다.

준비는 기회를 배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 되는 선수에겐 공통적인 ‘시선’이 있다.


같은 상황에서도

그는 다르게 해석한다.


“이게 왜 나한테 일어나지?”가 아니라

“이 상황이 나한테 어떤 의미일까?”라고 묻는다.


실패를 문제로만 보지 않고,

성장의 방향으로 받아들인다.


운동능력보다,

멘탈보다,

그 시선이 선수의 길을 만들어간다.




나는 오늘도

그라운드에서 선수를 본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나를 본다.

지도자로서의 나,

사람으로서의 나,

그리고 아직 다 배우지 못한 나.


매일이 다르고,

모든 선수가 다르다.

그래서

이 일은,

참 어렵고

참 감사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