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라는 팀에서,
나는 단순히 전술을 짜고 훈련을 시키는 사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일같이
누군가의 감정을 받아내고,
또 다른 누군가의 분노를 중재하고,
때론 아주 작은 갈등에도 균형을
맞추며 서 있어야 했다.
감정이라는 건,
사람들 사이에 아주 가볍게 흘러다니는 듯 보이지만
지도자의 자리에서는
그 무게가 뼈에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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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님, 왜 걔만 쉬게 해줬어요?”
“쟤는 또 왜 저렇게 삐딱합니까?”
“감독님이 그렇게 말한 거, 진짜 그 의미였나요?”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을 토로하는 선수들의 말,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코치들,
그리고 윗선의 눈치까지.
나는 누구에게도 제대로 속하지 않은 채,
모두의 감정을 ‘받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코치인가? 아니면 감정의 스펀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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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라는 자리는
생각보다 외롭고, 조용한 곳이다.
많은 사람을 상대하지만,
정작 나를 지켜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도 버티는 건,
선수 한 명 한 명의 감정 뒤에
‘진심’이 있다는 걸 믿기 때문이다.
화를 내는 그 선수도,
무뚝뚝한 코치도,
묵묵히 버티는 나도.
결국은 이 팀을 더 나은 방향으로 끌고 가고 싶어서
이 감정 속을 헤엄치고 있는 거다.
⸻
언젠가 이 시간을 돌아볼 날이 온다면
나는 말하고 싶다.
“나는 이 팀에서 전술을 가르치지 않았다.
나는 이 팀에서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그게 이 상무리는 특수한 자리에서
내가 진짜 얻은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