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요!기 - 캄보디아2
어제의 숙취가 아직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몸으로 몸을 일으켰다. 친구가 10:40에 차를 보내주기로 해서 늦은 기상으로 할 수 있는 일정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잠을 설친 친구 A는 좀 더 잠을 청하기로해서 친구 B와 함께 레지던스 꼭대기 층에 위치한 수영장에서 해장 수영을 하기로 하고 수영장을 찾았다. 55층에 위치한 인피니티 풀 형식의 수영장엔 사람 하나 없이 청소하는 사람 셋과 장부에 사용자를 기록하는 사람 4명이 전부였다. 마치 수영장을 전세라도 낸 듯 해장을 위해 어제의 알코올 기운으로 뜨끈한 몸을 찬 수영장 물에 담갔다.
수영을 하고 친구에게 감사패를 증정하기 위해 친구가 일하는 지점으로 향했다. 10여분을 달려 친구의 사무실에 도착했거, 차 한잔 마시며 어제의 행복했던 시간을 회상한 후 간단하게 감사패 증정식을 가졌다.
이후, 친구와의 마지막 일정으로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이동하며 캄보디아의 다양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했다. 대학을 나온 은행직원도 신입은 월급이 400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점심은 그래서 대부분 싸서 다니고, 밖에서 사 먹을 경우에도 1-2달러 정도로 소비한다고 한다. 물론 대리급은 1,000달러가 넘기도 하지만 아직 저개발국을 갓 벗어난 캄보디아의 양면을 느끼게 해주는 대화였다. 5성급 카지노에서 돈을 탕진하는 가진 자와 오늘도 구걸로 하루를 연명하는 가난한 자들이 뒤섞인 프놈펜, 라오스의 가난과는 한참 다른 모습과 기억으로 남아있다. 짧은 대화 끝에 도착한 식당은 베트남 식당이었다. 지점장 친구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도 근무했었는데, 아직 6개월의 캄보디아 생활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특히, 음식에 대해서는. 자주 오는 식당이라 본인이 알아서 시킨다고 했다. 한국인 입맛에 가장 맞는 것이 베트남 음식이라 생각하고 있어 그의 선택에 맡겼다. 오늘의 아침 겸 점심 메뉴는 뚝배기 도가니 안심 쌀국수와 소 내장 구이 모둠이었다. 역시 우리 입맛에 착 달라붙는 것을 넘어 상당한 맛을 선사했다.
쌀국수를 맛있게 먹고 우린 이제 친구와 헤어져 우리만의 여행을 하게 되었다. 토요일 귀국이지만, 한창 바쁘신 몸이라 오늘 이별을 고해야 했다. 친구는 우리를 중앙시장에 내려주고 짧은 인사를 한 뒤 차를 타고 도로를 미끄러지듯 사라졌다. 우린 중앙시장을 한 바퀴 돌며 맛나게 보이는 음식을 스쳐 보내고 이것저것 구경을 했다. 2003년과 2018년에 한 번 방문해 보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곤 있었지만 그 속도는 도심의 빌딩숲이 조성되는 속도에 비해서는 느리게 느껴졌다. 시장을 뒤로하고 메콩강 변 여행자 가리에서 마사지를 받고, 친구들 데이터 전용 유심을 구입하고 킬링필드 관련 여행지를 가기 위해 4인용 툭툭을 그랩으로 불렀다. 10여 킬로미터 남쪽에 위치한 청아익 학살지(Choeung Ek Genocidal Center)를 방문했다. 뚜얼슬랭 박물관과 함께 캄보디아의 비참했던 과거를 떠올리는 장소로 다크투어리즘의 대표장소이다. 캄보디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관광지가 국기에도 등장하는 앙코르 유적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이고, 두 번째가 대량학살의 흔적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낸다. 그들은 자국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이곳을 조성했는지, 관광수입을 올리기 위해 이곳을 조성했는지 조차 헷갈리는 느낌을 갖게 했다.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프놈펜의 휘향 찬란한 카지노 호텔과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방치되다 싶은 지역은 실로 큰 대비를 보여주었다.
여러 생각을 하며 다시 숙소 앞으로 돌아왔다. 모서리에 위치한 야외 테이블에서 중국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이제 캄보디아는 중국자본에 잠식을 넘어 중국화 되어가고 있는 듯 느껴졌다.
땀이 베인 옷을 갈아입고 잠시 쉬다가 야간 수영을 했다. 야시장을 방문하기 위한 시간 벌기용이었으나 수영장에서 흐린 날씨 때문에 일몰은 볼 수 없었다. 조금 지나니 소나기도 내려 야시장은 물 건너 가나하는 생각과 함께 우중 수영을 즐겼다. 통제되지 않는 상황은 여행 중에는 그저 즐기는 것이 최고다. 다행히 비가 그쳐 내국인이 주로 가는 노리아 섬에 있는 야시장과 외국인 여행자 위주의 프놈펜 야시장을 순차적으로 방문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주말이 아니고 소나기도 내린 터라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았다. 긴 하루를 보냈으니 빨리 자야 되는데, 오늘도 역시 맥주 한 잔을 더 마시고 우리는 잠에 들었다. 내일 아침 러닝을 하자고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