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느끼는 것들

여행에 대하여

by sheak


여행은 일탈이다. 익숙해져 있는 일상을 벗어나는 행위이며 계획되지 않은 일들이 불쑥 나타나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간이다. 여행은 누구나 좋아하지만 그 방식이나 느낌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같은 장소를 여행하더라도 누구와 동행하는지, 언제 여행을 하는지에 따라 다른 느낌을 얻기도 한다. 같은 장소를 다시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7년 1월 겨울의 한 복판에 몇 번이나 찾은 적 있는 베트남을 다시 찾게 되었다. 계절은 동일했으나 새로운 지역이 추가되고, 동행한 여행자가 달라 모든 것이 다른 느낌이었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는 것일까?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점을 되돌아보았다.

'길을 잃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길을 잃지 않아야 완벽한 관광이다.'
'관광은 스마트 폰을 달구고, 여행은 가슴을 달군다.'

어느 블로그에 적혀있는 관광과 여행의 차이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담은 글을 보면서 나는 관광보다는 여행을 더 즐기는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언제 부터인가 모든 떠남은 관광보다는 여행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몇 달 혹은 몇 년 전부터 하나둘 준비를 하고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고 현지 교통을 알아보고, 이런 것이 여행 준비의 시작이자 떠남을 알리는 설렘이었다.

출발은 항상 기대를 부풀게 하고 약간 기분 좋은 걱정을 동반한다. 우리의 출발은 김해공항으로 출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승용차에 5명의 친구들이 설 명절을 보낸 피곤한 몸을 싣고 각자의 설렘을 표현하면서 이야기를 쏟아냈고, 금세 김해공항에 다다랐다. 우리는 나름 럭셔리하게 베트남 주요 항공사인 베트남항공을 타고 호찌민으로 향했다.

항공사의 종류
대형 항공사, FSC(Full Service Carrier) : 항공사업이 시작되면서 형성된 대형 사업자
저가항공사, LCC(Low Cost Carrier) : 기존 항공사에 비해 저렴한 운임의 항공사

베트남은 저렴한 물가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여행 지역으로 큰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베트남을 처음 찾은 것이 2003년인데 그 당시와 비교해서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실제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가장 높은 지역이 월 375만 동으로 원화로 월 19만 원이 조금 못된다. 우리나라의 월 135만 2230원(2017년 현재)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물론 물가에 따른 비교를 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안 되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무척 저렴한 물가를 나타내고 있다. 베트남의 물가는 대도시라도 우리나라 물가의 절반 이하로 보면 된다.

호찌민은 통일 전 남베트남의 수도로 현재의 수도인 하노이를 대신해 베트남의 경제 수도로써 역할을 하고 있을 만큼 경제가 급성장하는 곳이다. 호찌민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추천받은 마사지 가게와 동행한 친구가 찾은 맛집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해외에서 맛집 찾기
국내 검색 사이트 활용 : 가보면 한국인들의 비율이 높게 나타남. 가격 인상을 부추김
google 지도 활용 : 방문한 사람들의 평점을 활용, 지도로 되어있어 위치 찾기 용이

우리는 여행자답게 길을 잃고 정해지지 않은 장소를 찾아다니며 건기의 열대몬순(Am) 기후 지역을 방황했다. 길을 잃지 않는 것이 완벽한 관광이라는 어느 블로거의 말처럼 우리들은 자주 길을 잃었고 어느 골목에서 먹은 쌀국수 한 그릇이 여행의 최고 메뉴로 남게 되었다.

왼쪽 : 인도식당, 가운데 : 여행자 거리(부이 비엔), 우측 : 아침 조식(쌀국수)

호찌민에서의 2일 차에 다른 친구들은 가보지 못한 메콩 델타 투어를 출발했다. 나는 2003년에 가보고 14년 만에 가보는 투어였다. 그때는 2박 3일짜리 투어 후에 캄보디아로 넘어가는 상품으로 예약했지만, 이번엔 당일짜리로 예약을 했다. 차를 타고, 삼각주에 도착해서 배를 타고, 걷고, 마차를 타고 많은 부분이 14년 전과 같았지만 새로운 체험활동도 있었고, 무엇보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그때와는 다른 느낌과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호찌민의 다양한 볼거리는 오후의 뙤약볕만 아니라면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주요 관광지를 걷거나, UBER를 이용하여 돌아다니면서 2박 3일의 호찌민 여행을 마무리했다. 호찌민에 이어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베트남의 제주도라 불리는 푸꾸옥으로 출발했다. 푸꾸옥은 제주도의 1/3 크기의 섬으로 이제 막 개발이 시작되고 있는 곳으로 개발과 보존이라는 이슈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지역이다.


푸꾸옥 섬의 면적은 589 km2이고, 인구는 2012년 기준으로 약 10만 3000 명이다. 이 섬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질 좋은 후추의 생산지이며, 베트남에서 생선소스(멸치액젓)인 '늑맘(Nuoc mam)'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나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 시기와 베트남 전쟁 시기에 정치범 수용소가 있었으며, 수용소 건물은 전시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푸꾸옥의 공항은 새로 지은 공항이라 아름다웠다. 마지막 밤 비행기를 타고 내려 여행객이 붐비지는 않았다.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도착한 후 지나가다 찾아낸 야시장에 들러 비행의 피곤함을 풀었다. 우리가 푸꾸옥을 찾은 이유는 호핑 투어와 개발되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언젠가 이곳도 패키지 관광이 시작되고 대규모로 관광객이 몰려들면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릴 것이란 생각에 여행지로 선택된 곳이다.

좌측 : 옹랑비치 소 떼, 우측 : 호핑투어 중

푸꾸옥이라는 섬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여행의 막바지에 오토바이를 빌려 섬 일주를 하기로 하였다. 친구들은 마사지를 받고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나는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섰다. 휴대폰에 있는 지도에서 목적지를 정하고 오토바이를 달려 길을 찾아가는 것은 마치, 광활한 미지의 땅을 달리는 느낌을 갖게 한다. 물론 알지 못하는 지역이라는 것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공포는 목표를 이루어 냈을 때 또 다른 쾌감으로 다가온다. 원래는 국립공원을 가로질러 갈려고 했으나 건기라 산불의 우려 때문에 폐쇄되어 계획과 달리 진짜 섬을 한 바퀴 돌게 되었고 섬 반대편에서 나는 포장되지 않은 붉은색 라테라이트 토양을 달리게 되었다. 장장 100km에 달하는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화장실이 없어 자연과 함께하고 떨리는 손과 검게 탄 피부는 이번 오토바이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이다.

좌측 : 오토바이 렌트 후 섬 일주, 가운데 : 점심식사, 우측 : 이름 모를 해변에서

푸꾸옥에서 때 묻지 않은 사람들의 웃음, 아름다운 해변, 가족끼리 장기여행을 하는 유럽인들, 개발되지 않은 순수함과 지저분함이 섞여있는 풍경, 맛있는 음식과 친구들, 그리고 오롯이 혼자 오토바이에 몸을 맡기고 뙤약볕을 달린 100km의 오토바이 여행은 이번 여행에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 찾은 푸꾸옥이란 섬은 나중에 다시 한번 찾을 거라는 다짐을 갖게 하였다.

시작에서 언급했듯이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는 행위이다. 특히, 공간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먹고, 자고, 돌아다닌다는 것은 일상적인 생활에서 형성된 틀에 박힌 사고를 깨고 유연한 사고를 하게 한다. 해외여행에서 나는 주로 풍경에 집중하는데 풍경이란 자연경관이 되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이 그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른 공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은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장기간은 아니지만 자주 해외 배낭여행을 하다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특징이 나타나는 것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를 간단히 소개하고 분석하면


첫째, 우리나라 사람들은 짧은 여행기간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많다. 여행을 할 때,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기보다는 여러 지역, 여러 관광지를 빡빡한 일정으로 소화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개별여행보다는 단체여행 패키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우리나라의 휴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짧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휴가가 짧은 지를 보여준다. 워크홀릭이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통계로 이는 삶의 질 하락과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통계에 등장하는 국가들을 보면 선진국과 저개발국의 차이에서 오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멕시코, 인도, 태국도 우리보다 긴 휴가를 즐기고 있다.

한국의 휴가일수.jpg 출처 : 세계의 휴가일수(익스피디아). 2016.

둘째, 우리나라 사람들의 복장은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편이다. 중장년층은 등산복을 선호하고, 커플들은 커플룩으로 잘 입는다. 느낌이 같은 옷이 아니라 커플이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나는 신혼여행 때도 커플룩을 실천하지 않았다.(이유는 사놓은 커플 옷을 놔두고 가는 만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셋째, 새로운 여행지를 개척하기보다는 유명한 여행지를 따라다니는 경향이 크다. ‘꽃보다 ◯◯’를 시작으로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는데, 특정 지역이 방송이 되면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몰리는 경향이 강하다. 방송 보고 여행지를 선택하면 여행지에서 한국보다 더 한국다운 모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여행은 새로운 공간에 대한 도전이 되기도 하고, 지친 정신과 육체를 쉬게 하기도 한다. 여행은 다양한 목적에 의해 시작되고 마무리되지만, 나의 여행은 다른 공간을 이해하고 나의 공간을 이해하는 다양한 느낌을 갖게 했다. 어떤 여행에서는 고독을 느끼기도 하였고, 또 다른 여행에서는 아름다운 자연과 섞이기도 하였다. 이번 여행은 친구들과 떠난 첫 여행이었고, 그들과 일상에서 쌓지 못한 또 다른 우정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모든 여행은 느끼기 위해 시작된다.


ps. 4년 만에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 다시 한번 푸꾸옥을 찾았다. 여행은 같은 장소라도 누구와 가는지?, 어느 계절에 가는지? 에 따라 같은 장소라도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같은 장소, 같은 시기, 같은 사람이라도 여행은 다른 느낌을 준다. 왜냐하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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