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하여
매년 새해가 되면 지나온 한 해를 뒤돌아 보고 새로운 삶의 방식들을 구상하고 실천하는 새해 소망을 모두가 계획한다. 작심삼일이라고 3일 천하로 끝나는 경우도, 3일씩 계속 같은 계획을 세워 작심삼일을 1년간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이는 작심삼일에 끝나는 매년 새해의 다짐을 한방에 만회하기 위해 원래부터 하고 있던 것들을 새해 다짐이나 소망, 계획으로 세우곤 한다. 예를 들어, 흡연을 하지 않는 사람이 새해 계획을 '금연'으로 정하는 것이 그것이다. 계획과 동시에 99.99%로 계획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만족감이 높다고나 할까?
40년이 넘게 새해 계획을 세워본 사람이라면, 새해 계획과 더불의 365일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같이 하게 마련이다. 꼭 이뤄야 할 구체적인 목표가 아니라, 올해는 어떻게 살아야겠다 하는 계략적인 마음가짐 정도의 가벼운 삶의 방식을. 하지만 이 역시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들일 수도 있고, 지속적으로 지키기도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새해의 계획과 다짐, 그리고 매년 실패하고 부딪히는 관계 속에서 나름 터득한 것이 있어 글로 소개하고자 한다.
삶의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람마다 나누는 기준이 다를 수 있겠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나누어지는 범주는 24시간 중 취침시간 8시간을 제외한 16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를 3개로 나누면 6시간씩 3개로 나누어지는데 크게 직장, 가정, 본인으로 나눌 수가 있다. 우리가 직장에서 8시간을 근무하게 되어 있지만, 8시간을 오롯이 직장에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다. 실제로 근무하면서 배우자나 자녀와 통화하거나(가정), 본인이 쓸 물건을 쇼핑하거나(본인)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것은 직장을 위한 시간이 아니므로 각각 범주에 6시간을 기본적으로 투입을 해줘야 우리는 일반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여기서 이러한 3:3:3 인생론을 적용하지 않고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의 극단적인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1. 직장에 올인하는 스타일
이런 스타일은 말 그대로 주어진 16시간의 대부분을 직장일로 소비하는 스타일이다. 근무시간인 8시간 내내 직장의 안위와 발전을 도모하고 퇴근시간이 되어도 퇴근을 하지 않고 직장에 남아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 이러한 유형중 많은 사람들이 진급을 하고 직장에서 빠른 승진을 한다. 이들 중 그래도 존경받고 성공한 사람들은 본인의 시간인 6시간을 직장에 투입하고 가정의 시간을 지키려 노력한 사람들이다. 본인과 가족의 시간을 모두 투여하여 생활한 사람은 그 직장을 떠나고 난 뒤 공허함에 휩싸이게 된다. 직장은 은퇴와 더불의 자신이 쏟아부은 모든 것을 다 남겨두고 나와야 한다. 회장이란 직책도, 교장이란 직책도, 이사도 부장도 마찬가지다. 은퇴 후 돌아왔을 때, 극단적으로는 건강을 잃은 몸뚱이와 서먹한 가족관계만 남게 된다. 대부분의 인간관계도 직장을 위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은퇴와 더불어 점점 관계가 줄어들고 어느 순간 혼자 남게 된다. 직장에서 잘 나가던 본인의 직책은 은퇴 이후 사람들에게 한낱 허울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무도 신경 써 주지 않는다.
2. 가정에 올인하는 스타일
이런 사람들은 직장에서 써야 할 시간과 본인의 시간을 가족을 위해 모두 쓰는 스타일이다. 직장에 와서도 집안일을 처리하기 위해 전화기를 붙들고 살고, 직장에서의 성취감과 책임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금세 두드러져 조기 퇴직의 길을 걷겠지만, 안정적인 직장인 공무원 세계에서는 이런 스타일을 종종 볼 수가 있다. 한 다리 건너 중등교사를 하는 선배는 가족 중에서 자녀에게 올인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학교에서는 업무를 안 맡기로 유명하고, 맡은 업무도 소홀히 하여 많은 사람들의 험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선배의 오로지 하나의 목표는 자녀를 의대에 보내는 것이다. 출근해서 자녀의 스케줄을 짜고, 동선을 확인하고, 각종 학원과 과외 정보를 획득하느라 학교의 일과 가르치는 일은 예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자녀는 수도권 상의 의대에 합격을 하고 본인의 1차 목표는 이루었다. 50대 중반이 되어서. 하지만 이런 올인하는 스타일은 중독과 같아서 목표를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그치지 않을 것이다. 대학시절 내내,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치면서, 전문의가 되고 개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하는 모든 순간 그 선배는 그 자녀 곁에서 자신의 역할을 할 것이다. 과연, 언제까지 그것을 고맙게 받아들일지가 미지수지만, 직장보다는 오래가지 않겠나?.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니다. 여기서도 본인은 없다. 그저 '내가 너를 위해 어떻게 살았는데~ '만 시전 할 뿐이다.
3. 본인에게 올인하는 스타일
잘 없다. 일단, 이런 사람은. 이런 경향은 모든 것이 자기중심적이다. 직장에서도 자기가 우선이며, 가정도 본인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은 모두 하고, 하기 싫은 것들은 떠 넘기는 스타일이 많다. 말이 본인에게 올인하는 것이지, 실상 은둔형 외톨이와 비슷하다. 계원의 형부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였으며, 자녀도 두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이라곤 출근을 하여 돈벌이를 하는 선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퇴근하면, 게임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집안일이라곤 손하나 까딱되지 않는다. 자녀 돌봄 역시 관심이 없다. 힘든 아내는 계원인 여동생에게 SOS를 보내 여동생의 주말은 조카 보는데 대부분을 보낸다. 그녀의 말은 차라리 퇴근하고 친구들과 놀거나 하다 늦게 들어오길 바란다는 것이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속에 화가 끓어오르지 않겠는가?
극단적인 모습으로 그려본 유형이지만, 나 자신도 돌아보면 어느 유형 일지 파악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나의 갈등과 관계의 문제들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나는 직장 8시간, 가정 6시간, 본인 4시간의 삶을 살고 있다. 가정에는 기본적인 시간을 투여하고 직장에 나의 2시간을 더 투자하여 8시간, 나를 위한 시간이 4시간이다. 2020년을 뒤돌아보면 직장에서 야근을 하는 경우가 다소 있었고, 직장에 나의 시간을 할애하여 일을 했지만, 직장에서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이루진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직장에 더 줄 수 있는 시간은 2시간이다. 더 많은 시간이 투자되면 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한가위 같은 시간을 보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실외보다는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물론 가정에서도 나에게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나를 위한 시간은 4시간이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엄청 자기중심적으로 보일 삶을 살았다. 현대사회에서 오롯이 본인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가정이나, 직장에서 추가로 소비되는 자신의 시간을 '자신을 위한 것'이라 포장하며 보내기 때문이다. 나의 4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해 보낸 시간이다. 운동을 하거나, 혼자 산책을 하거나, 지인들과 즐겁게 모임을 가지거나 하는 시간으로 사용했다.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엔 가족과도 아닌, 직장의 출장도 아닌, 내가 만든 관계의 사람들과 해외여행도 2차례 다녀왔다. 이것만 보면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사는 사람인 듯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자신의 2020년을 돌아보며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보낸 기억을 되짚어 보자. 그러면 나는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 파악할 수 있고 거기에서 나타나는 갈등의 원인도 어느 정도 알 수가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 하지 않았나? 2021년엔 3:3:3 삶의 법칙에 좀 더 충실하여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를 찾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