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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Jan 14. 2022

팥죽 먹은 힘으로

지지 않아

요즘 나는 사거리 여기저기 보이는 간판에 따라 먹을거리를 줄세워 놓고 득의양양.

평소 안 가본 동네에  드나들게 되면서 생긴 새로운 기분이다.


첫날갑자기 그곳에서 점심을 사 먹게 되면서 딱이 뭘 먹어야할지 생각이 안 나 난감하기만 했다.

맛있는 건 먹고 싶고 가성비도 따지고 싶고. 먹는 시간도 맞춰야하고.


그러다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이 김밥집.

후회도 만족도 없이 깔끔하게 비우고 나와선, 다음엔 다른 거 먹어야지. 적어도 김밥이나 오뎅은 아닌 걸로....


속으로 '다음엔'이라고 생각했을 때, 모처럼 소시민적 '소확행'을 얻은 것 같은 미소를 지었다.


맛있는 걸 기대하며  '다음엔'이라고 되뇌는 그 순간 만큼은 누구의 간섭도 없는  자기본위의 선택이니  조금은 신났달까.


그래서 처음엔 10 미터 이내더니  점점  반경 20 미터 30 미터, 며칠 뒤엔 천, 이천 미터까지로 탐색의 영역이 넓혀졌다. 더하여 한끼 점심 외에 간식거리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호도과자, 호떡, 꽈배기, 고로케...아아, 그리고 옹심이 팥죽있구나.


간식의 세계에 새롭게 빠져든 원인은 다름 아닌 야채호떡! 제법 큰 수퍼 마켓 건너편 귀퉁이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사먹은  기름에 구운 호떡은 진짜 맛있다.  뜨겁고 달달한 것이, 입맛이 단순한 나로 하여금 연달아 3일을 호떡가게를 향해 달리게 했다.  


아휴. 어쩜 이리 꿀맛일까.

찬바람이 쌔한 대로변 버스정류장에서 우걱우걱 씹으며 내일 또 먹어야지....이러는 나.


나름의 포식,

이렇게 한 주가 두 주가 되고 아니나 다를까.

소화계에 약간 무리가 갔다는 느낌.

오늘부터 자제해야겠지, 위장을 생각해야지. 당연한 결정을 하며 걷는데, 바로 앞에 요쿠르트 수레가 보인다.

골라보세요.

그동안 안 먹어봤던 제품으로 두 개 골라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  이것도 맛있다!

이 동네  다녀가는 동안 맨날 먹을까.

나는 또 새로운 계획을 세워 본다. .


호떡을 자제하는 대신으로 야채를 갈아넣은 작은 요쿠르트 한 병이면  말이지 나름 웰빙이야.

식습관이 질적향상을 이룬 것이라고 혼자 자찬을 하며....단 며칠 사이에 좋은 발견을  한 것 같아, 엄지 척을 해준다.  나 자신에게.


새해 잦은 나들이, 크게 힘들 것도 없다 싶지만, 그래도 습관형성에 무리강행이나 조급한 기분은 오히려 해로울  것 같아,  나는 스스로에게 적지 않게 '당근'요법기로 한다.  

어쨌든 다만 중심을 잃지않고 그전부터 원래 해오던 일도 미루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오늘 조금은 감기같다.

안 돼, 감기가 들면.

이겨내야 해.  

다짐에 다짐을 하면서,

그김에 팥죽을 사 먹었다.

옹심이가 가득한 걸로 

큰 대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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