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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Dec 24. 2021

연말 정서

한 마디로 말할 수 없는

#.

토니 모리슨(미국)의 <빌러비드>.

올 겨울 나의 소설.

이 세상에 대한 작가의  애정에 깊이 감동한 채로 2021년을 마무리하게 되어서, 이 사실에 다시 감동하고 있는 중.


인간들이 어질러놓은 수많은 잡다한 사건들, 쓰레기 더미를 치우기도 엄두 안 나는 난장판 같은 그것이 간밤의 역사라 했을 때, 고요 속에 새벽녘 여명이 비치고  가장 소중했던 순간도 어제 그 난장판 속에 있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이들이 바로 시인(작가)들이다.


#.

나는 12월에 어디 있었는가.

나 스스로는 책상 앞이 내 자리라고 여기려 했지만, 문득 돌아보니 시정잡배 같은 무리가 나를 코너에 몰고 한통속이 되어 떠들어대고 있었다.

원칙은 전혀 없고 지성은 뭉개고, 굳이 그들이 이런 조잡한 소란을  일으킨 의미를  헤아려주자면, 그렇게 하면 소위 그들 각자가 추구해온 "자기본위"의 어떤 "이익"이 생길 거라고 믿고 있어서였다.


그들은 나의 지인들, 차원 낮은 이기심과 그로 인한 행위는 내 눈 앞에 다 드러났지만, 그 후에 내게 떨어진  숙제는 내가 그들을 여전히 지인으로  존중할 수 있는가  존중할 수 없는가였다.


험한 말, 흉한 심보, 작은 이익으로 질기게 뭉친 역겨움 ㅡ 이런 반죽덩어리를 뻔히 보았는데, 전혀 안 본 것처럼 여전히 사람 대 사람으로 연대해 갈 수 있느냐 없느냐.


#.

숙제는 생각보다 쉬웠다.

두 번은 참아줘도 세 번째다 싶으면 단번에 소나무가 되어서 차라리 부러질지언정 구부리기 힘든 나인데. 쉽다니? 어떻게 된 거지?


스스로도 신기하지만 답은 간단하다.

과거에 비해서 마음이 좀 커진 덕분이다.


대신 그러느라고 머릿속을 비우려 노력하던 나머지, "돌비 공포라디오"의 시리즈를 거의 빼지 않고 다 들을 정도로 중독증세가 나타났지만, 어떤 사람에게도 절망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니까, 그 정도는 허용하기로 했다.


#.

凡所有相, 皆是虚妄。


어제 배운 금강경의 가르침이다.


강사님은 이 해석을  소극적이고 비현실적 차원에서 이해하기보다,  현실긍정적이면서 적극적인 관점에서 생활에 응용하자고 강조했다.


이 가르침을 통해, 나쁘다(못한다, 어렵다)라고 생각되어도 그게 아니다, 좋게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사 자신 이 가르침을  가지고 주저하는 고비마다 희망과 지혜로 전진했다고 했다.

단지 여덟 글자인데,

그는 철저히 실천했고 증명했다. 존경의 염이 드는 동시에 나에게 자문해봤다.

평생 증명해야 할 한 마디라면 너도 있지 않니?

있지.

언제나 작심삼일이어서 문제지만....

다시 실천을 결심해도 늦지 않았어. 게으름을 좀 피우긴 했어도 전보다 많이 수양이 된 건 분명하고, 때마침 지금이, 뭔가를 반성하고 새로운 시작을 계획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시점인 연말연시 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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