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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Mar 15. 2024

나의 딸일까

청춘의 아이들은

[1]꿈에~


일은 다하지 못했고 당장 낼모레 끝맺음을 해야 할 처지에 8시간을 푹 자고 일어났다.

마감을 생각하면 한꺼번에 부담이 밀려와 뇌가 마비되고 말 것 같은 상황인데, 그래도 밤사이 피로가 풀린  몸상태가 어디냐 싶다.


물론 그런 자기위안을  비난하는 엄격한 나도 있다.

' 흥! 뭐야, 느긋할 때가 전혀 아니란 걸 모르는 것처럼. 이런 널 참아주려면 콧구멍이 두 개인 게 다행이지...'


그 이전에, 꿈을 꾸었다. 깨어나도 꿈속의 내가 아침을 맞은 기분이랄까.


단순한 이야기, 많은 것이 생략된 꿈이었는데.


딸이 아기를 낳았다.


이 꿈이 특별한 것은 사건보다 분위기. 결혼도 안한 어린 딸이 불현듯 아길  낳았는데 태평스러움 자체가 상상을 뛰어넘었다.


나는 여자애의 엄마였다. 스물도 안 된 말갛고 사랑스러운 딸의 보호자, 그런데 그곳은 화날 일도 급할 일도 없다.


모녀는 외출 중이고 딸은 옆에 있는데...아기는?

숨풍, 하고 딸의 몸에서 나온 갓난아기.

"집에."

무심한  대답.  엄마랑 나오느라 가방이라도 두고 온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걱정 같은 것에 침입당하여 일찌감치 파손된  이 세상의 삶과는 사뭇 다르다.


꿈밖으로 나온 나는 자꾸 중얼인다.

모든 게 유연하고 밝은 세상이었어.

 나는 젊고 딸아이는 풋풋하고. 마티스의 화폭 속에 들어있었.


[2]꿈밖

(* 사족과 같은 덧붙임. 원치 않으면 문을 열고 들오지 않아도 된다.)


늦게 아들의 전화.

작업의 끝맺음을 독려하는.

'나의 아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으로 엄마를 돕는 만은 진심인가 구나.'ㅡ 처음으로 갖는 실감에 고맙기도 하고  안심이 스며드는 차에,

"ㅅㅇ는 소식 없어?"

아들 여자친구 소식을 묻는다.

아들과 ㅅㅇ,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십 대의 청춘남녀.

"별다른 것은..."

둘은 교신 속에 그냥 소소한 얘기일 뿐 엄마한테 전할 만한 큰 사건은 없다는 뜻 같다.

"엄마가 꿈을 꿨는데... 아무 관련이 없는데.. 문득 ㅅㅇ가 생각났어. 그래서."

아들에게 꿈 얘기까지 전해줄 수는 없었다.

꿈얘기보다도 더 설명하기 힘든  일은, ㅅㅇ과  사이에   터럭만큼의 꺼스러움없었던 허구적 순간이 어떻게  가능했는가란 .


다시 밤을 맞았고 무슨 꿈인지 생각없이 다녀간 다음날 새벽이다.


어둠 속에 깨어  물을 마시다가 식탁 모서리에 있던  메모 쪽지 두 장을 집어든다.


"비가, 빗소리가 차락차락.

그런 밤이 좋다.

평화롭고 윤택한 느낌 덕분에.

아침에도 비에 젖은 채,

부슬거리는 비에 젖은 채

문밖의 세상.

이런 날이 좋다.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을 만큼이나 좋다."(230429)


"새벽어둠이 걷히지 않았다.

나의 现在.

아침까지의 시간은

행운의 선물이리."(230426)


일년 전의 메모를 쓰던 나와 지금 메모를 읽고 있는  나, 이 둘 다를 자애하는  우주 같은 나. 동일감이 대기처럼 흐른다.

 무릇 생명을 낳고 품는 어머니의  마음이란 건 우주대의 자애인 것이.  어떠한 생명도  "본연의 자애"로 충일한 이 세상의 아이이다! 내 안에서 터져나온 선언이 나를  다시  꿈속이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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