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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부자군요.
외양으로는 어설프게만 보여서 내리보았는데...
그쵸?
나는 알부자예요.
남들이 미처 모르는 풍요함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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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설산을 타고 내려온 계곡의 입김 같은 꽃샘바람이
맨살의 목덜미에 얼얼하기는 하여도.
4월의 햇살로 충만하기만 한 나의 테라스, 찬란한 미지未知의 세계.
모처럼 그리로 들어온 동네 할머니
그녀가 찬탄한다.
당신은 정말로 햇빛 부자라고.
맞아요, 맞아.
할머니 옆에서 작은 씀바귀 한 포기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도 지난 해 어느날엔가 먼지처럼 날아와 나의 사각진 스티로폴 화분에 제맘대로 뿌리를 내리고 앉은, 겨우내 죽은 듯이 묻혀 있던 그것이, 엊그제 봄비에 흠뻑 젖은 흙알갱이 사이로 연두 새 잎들을 쑤욱 밀고 나와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