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주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꼭 글을 쓸 필요야 없겠지만
*사진: 송지은 화가 <별을 찾아 두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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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하는 모든 일이 사실 시간과 불안을 이기기 위한 것 아닌가.
시간과 불안을 이기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라도 있는 삶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로 태어난 것, 텍 스트를 읽는 데 아직까지 큰 불편함이 없는 것, 노트북을 유지하고 책을 살 돈이 있는 것, 대상을 인지하고 의식할 수 있는 것. 그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 누릴 수 있는 글쓰기라는 행운 속에서, 행운에 대해 조금 길게 떠들면, 혹시 행운을 곁에 두고도 눈치채지 못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누구나 글을 쓸 필요는 없지만 글을 쓰면 참 좋을 사람들이 있다; 쓰는 근육이 한번 생기고 나면 삶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을 내가 '쓰는 태도'로 해석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5-6쪽)
이윤주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