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니까, 나답게 인테리어 하기
20평대의 방 2개, 아담한 아파트이다.
남편, 딸 그리고 나, 가족은 세 식구.
일반적인 집이라면 방 하나는 부부 침실로, 또 하나는 자녀 방으로 자연스레 정해지기 마련이다.
우리 집 역시 예외는 아니다.
처음 이사 와서는 딸이 교복을 입는 중학생이어서 방에 작은 옷장 하나면 되었다.
점점 세월이 흐르고 딸이 대학생이 되니 성인이 된 딸 방은 많은 변화가 생기고 여기저기 옷들과 액세서리들이 자리하게 되었다.
점점 늘어나는 옷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아 드레스룸 공간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일 만만한 공간은 큰 방, 즉 침실이었다.
침실의 역할인 잠만 잘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침대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뺀 나머지 공간을 드레스룸으로 만들기로 하니 침실은 정말 오롯이 침대와 스탠드를 놓을 수 있는 작은 협탁뿐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세 가족 모두의 옷을 보관하는 것뿐만 아니라 잘 안 쓰는 물건도 깔끔히 보관하기에 딱 좋은 공간이 마련된 셈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 가족의 드레스룸 공간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러다 보니 더욱 아담해진 침실...
그래서 그동안은 더 복잡하고 답답해 보일까 하는 우려로 지금까지 하얀 벽을 유지해 왔었다.
'깔끔한 맛에 흰 벽이 제일이지, 이제 벽에 상처 내지 말자'
굳은 의지, 아니 고정관념으로 계속 지내오다가 생각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여기저기서 보고 접해왔던 인테리어 정보들로 인하여 서서히 내 생각의 틀은 깨지기 시작한 거였다.
하지만 단단한 콘크리트 벽을 뚫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조금은 나의 생각을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늘 자유로운 편이다.
'뭐 벽이 지저분해지고 맘에 안 들면 또 페인트 칠하면 되지...'
얼마 전에 과감히 시도했던 거실벽 페인팅이 떠올랐다.
역시 하얗던 벽을 내가 좋아하는 딥 그린 색으로 칠하고는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던 나의 마음에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던 생각 하나...
'칠해서 이상하면 좀 지내다가 또 칠하면 되지.. 아님 파벽돌로 붙이던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조금은 생각의 자유로움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고 그 자유로움에서 과감한 선택이 나와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드디어 과감하게 결정한 선택.
침대 머리맡 위로 기다란 원목 선반을 설치하였다.
(애게~ 할 수도 있지만 좁은 공간에서의 나의 선택은 신중했다 -.,-)
원목 선반 설치 후 올려놓을 소품이 필요했다.
그동안 바닥에 그냥 방치해 두었던 액자가 생각났다.
아니 방치한 건 아니고 조금은 커다란 액자를 벽에 걸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한쪽 벽에 '툭'하니 세워놓고 빈티지 스타일과 조금 더 자연스러운 매치가 되도록 한다는 의도였다.
아마도 그 의도 또한 벽을 뚫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나온 것 같다.
나와 딸의 작품이다.
왼쪽 액자는 취미 삼아 그려 본 나의 작품이고, 오른쪽은 딸이 고1 때 학교에서 자신을 스텐실 기법으로 그린 작품이다.
지금 보아도 멋진 작품이지만 그 당시 딸이 왜 그렇게 기특해 보이던지...
가족만의 공간인 우리 집은 그림의 실력보다는 의미 부여를 중요시 여기기에 우리 가족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작품이다.
액자를 나란히 두고 작은 초록이들을 올려놓으니 꽤 어울리는 멋진 공간이 되었다.
복잡하고 답답해 보이지 않을까 우려했던 나의 생각과는 달리 더욱 분위기 있고 포근한 침실 공간이 되었다.
가족 모두가 매우 만족해하는, 이렇게 또 오롯이 가족을 위한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가며 행복한 추억을 쌓아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