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꽃밭 나들이-
"얘들아, 바깥에 나가자."
"야호, 선생님, 축구해요?"
"달리기 해요?"
"아니, 꽃구경!"
여자 아이들은 좋아라 하고, 남자아이들은 실망의 기색이 역력하다. 교실을 나와 계단을 내려오고, 꽃밭까지 오는 동안 실망은 날아간다. 모두 다시 활기를 찾는다. 아홉 살 아이들은 교실 밖만 나오면 좋아한다.
요즘, 어디 가나 꽃이 한창이다. 학교 꽃밭에서도 여럿이 피었다 지곤 한다.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학교 꽃밭 나들이를 했다. 팬지가 봄 나비처럼 피었다가 졌다. 초롱꽃은 얼굴을 떨구며 피었다가 시들어간다. 한낮에도 달을 그리며 펴있는 달맞이꽃도 있다. 학교 정문 바로 안쪽에서는 금계국이 사람을 맞이한다. 요즘엔 넝쿨장미가 한창이다. 넝쿨장미는 울타리를 비집고 나가 학교밖 길을 가는 사람에게도 꽃을 보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분명 학교 꽃밭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어디에 뿌리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울창하다. 봄을 지나 여름, 여러 꽃이 세상을 밝힌다.
꽃이름을 가르쳐 주니, 아이들이
"선생님,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꽃이름을 많이 알아요?"
"응, 관심을 가지고 알아본거지."
아이들은 내가 미리 예습을 한 건 모른다. 나를 신비롭게 보는 것 같다.
교실에 와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칠판에 쓰고 종합장에 옮겨 써 보라고 했다. 시가 짧으니까 더 좋아한다. 외워보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여기저기서 '다 외울 수 있다'고 자랑을 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교실에 와서 자기가 본 꽃과 나무를 그려보라고 했다. 즐거워한다. 즐거워하는 아이들은 바라보는 선생님은 더 즐겁다.
세상의 변두리에서 조용히 피었다가 지는 꽃이 있다. 그 꽃을 사람들은 '풀꽃'이라 부른다. 이름을 모르니 다 싸잡아서 풀꽃이라 하는 게지. 개망초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울창하고 화려한 넝쿨장미는 아니어도, 진한 노란빛으로 피어나는 금계국이 아니어도, 신비한 모습의 초롱꽃이 아니어도, 사람이 씨를 뿌리거나 화분에 심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피고 지는 풀꽃이 '개망초'다. 글대문에 걸어둔 개망초 사진도 길거리에서 찍었다. 어릴 적, 작긴 하지만 생김새가 계란프라이처럼 생겨서 '계란꽃'이라 불렀다. 소꿉놀이할 때 밥상에 자주 올렸더랬다.
글 쓰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꽃말이 '화해'라고 한다. 어찌 알았을까. 자신이 길거리에서 피고 지는 풀꽃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별로 관심두지 않을 꽃이라는 것을. 그렇더라도 남 원망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화해하고 자유롭게 사는 성정을 갖기로 한 것인가, 별 생각이 다 든다. 찾아보니, 이른 봄에 개망초 어린 순을 나물로도 먹는다고 한다. 개망초꽃을 따다 말려서 꽃차로도 식용한단다. 사람친화적이니 꽃말이 '화해'인가 보다. 참 순한 꽃이다. 순한 꽃, 개망초꽃이 꼭 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