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사용법 익히기. 수많은 좌절을 겪은 후에야 도구 사용법을 익힌 최초의 경험입니다. 그 후로는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타다가, 보조바퀴가 달려있었다는 사실이 잊힐 때쯤 중심잡기가 가능해진 자전거 타기입니다. 모두 내 몸의 습관과 기억을 바꿔서 도구 사용이 가능해진 경우인데, 카메라 사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사진 찍기는 편리를 위한 활용 범위를 훨씬 벗어난다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사진 찍기는 원하는 사진을 얻는 행위를 넘어섰습니다. 일상의 삶과 사진 찍기가 하나가 된 우리는 사진 찍는 인간(Homo photocus 호모포토쿠스)으로 진화되었습니다.
사진 찍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사진을 잘 만들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눈으로 바라보기와 사진 찍기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기에 중요합니다. 카메라로 찍힌 이미지를 통해 외부의 많은 정보를 유통하고 소비하고 있으며, 휴대폰 카메라를 늘 지니고 다니면서 눈으로 보는 것을 사진 찍기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보이는 만큼 사진에 찍힙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사진 찍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바라보기의 능력을 새롭게 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볼 수 있으면 차이 나게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다르게 사진 찍는 동안 차이 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컴퓨터가 세상과 만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원하는 사진을 얻는 과정으로만 사진 찍기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과물인 사진이 아니라, 사진 찍기라는 행위를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벌어집니다. 이것들을 두 그룹으로 묶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기존의 보던 방식을 강화하고, 인간 중심적인 바라보기를 훈련시킵니다. 여러 모습들 중 하나의 이미지로 대표시키기, 눈앞에 무엇이든 최종적인 사진으로 환원하기, 변화 중인 세상의 모습을 정지시켜 바라보기가 그것입니다. 우리는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지만, 정작 밖에 나가서는 카메라라는 방 속에 들어가 벽에 비친 외부의 모습을 감상합니다. 사방이 밀폐된 유리로 된 방에 들어앉아 안전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것입니다.
두 번째 그룹은 기존과 차이 나게 바라보게 하고, 새롭게 펼쳐지게 합니다. 익숙히 보던 것을 낯설게 맞닥뜨리기, 세상의 모습을 잘게 쪼개기, 접힌 세상을 새롭게 펼치기, 내 시선을 거울처럼 비춰보기가 그것입니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던 사진 찍기의 힘들입니다. 사진 찍기는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열려있습니다. 두 번째 그룹에서처럼, 그 열린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진 찍기에 대한 관심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카메라가 어떤 도구인가 묻기보다는, 카메라는 어떤 도구가 될 수 있는가를 질문하는 것입니다. 사진 찍기가 어떤 행위인지를 탐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진 찍기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