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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민수 Sep 23. 2020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 찍기

“이제 사진 찍기 좋은 시간.” 오후 6시가 되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스마트 폰 광고의 카피입니다. 어두워지면 사진 찍기 불편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어두워질수록 자사 제품의 카메라 성능은 빛을 발한다는 주장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찍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욕망이 엿볼 수 있는 광고입니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던 시대에, 사진 찍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진을 한 장 찍기 위해서는 카메라의 작동법을 잘 알아야 했고, 필름 가격도 큰 부담이어서 신중을 기해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이 사진 찍기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의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나머지는 휴대폰 속 컴퓨터가 알아서 처리해 줍니다. 무엇인가 기억할 일이 생기면 수첩을 꺼내는 대신 휴대폰 카메라를 켭니다.


디지털카메라의 탄생처럼, 카메라의 역사는 몇 차례 큰 전환기를 거쳤습니다. 그중에서도 카메라가 내장된 휴대폰의 대중화는 가장 큰 변화의 계기입니다. 사진의 발명은 원본이 있는 그림과 달리 무한 복제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시각 이미지의 소비에 민주화를 가져왔습니다. 휴대폰 카메라의 대중화는 시각 이미지 소비뿐 아니라, 생산에도 민주화를 실현시켰습니다. 인류가 지금처럼 시각 이미지를 손쉽게 만드는 시대는 없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 다음의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첫째, 카메라 작동이 어렵지 않아야 합니다. 둘째, 사진을 찍을 때 지켜야 한다고 알려진 규칙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셋째, 당장 필요가 없는 사진을 맘껏 찍어도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넷째, 셔터를 누른 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의 사진 찍기를 ‘막 사진 찍기’라 부를 수 있습니다. 막 사진 찍기는 수준이 떨어지는 촬영 방법이 결코 아닙니다. 막 사진 찍기야말로 휴대폰 카메라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축복입니다. 휴대폰 카메라의 등장으로 사진 찍기의 두려움과 번거로움에서 자유롭게 된 인류는, 이제 ‘사진 찍기 좋은 시대’를 맘껏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문가들만이 사진을 찍던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선호할 만한 카메라가 최근 라이카라는 회사에서 출시되었는데, 디지털카메라인데도 불구하고 액정화면이 달려있지 않습니다. 필름 카메라 시절의 불편함과 전문성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요즘엔 사진을 너무 함부로 찍는다’고.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막 사진을 찍는 초보자들’이 아니라, 특정한 방식과 태도를 여전히 고집하는 '사진 찍기의 고수들'입니다. ‘나는 사진을 잘 찍지 못한다’고 자신감 없어하는 것은 우리 시대에는 맞지 않습니다. 우리 시대의 촬영자는 결코 망설이지 않습니다. 우선 찍고, 나중에 확인합니다. 


이제 사진 찍기 좋은 대상이 따로 있다거나, 따라야 할 규칙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변화된 것은 사진 찍기의 방식과 태도만이 아닙니다.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한 ‘막 사진 찍기’가 거듭될수록 세상을 보는 사람들의 눈도 점차 변화되고 있습니다. 세상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열려 있으며,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펼쳐질 수 있음을 사진 찍기는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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