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디지털카메라는 촬영 대상을 액정화면에 담고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 보기 좋은 사진을 만듭니다. 우리가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보기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유는, 디지털카메라가 촬영할 때 지켜야 할 규칙을 대신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그 규칙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너무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사진 찍기, 흔들림이 없는 사진 찍기, 원하는 곳에 초점을 맞춰 사진 찍기. 적당히 밝고, 흔들리지 않으며, 초점도 잘 맞은 사진을 찍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스마트 폰을 비롯한 디지털카메라가 자동으로 처리해주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실감하지 못할 뿐입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카메라뿐 아니라 반드시 빛이 필요합니다. 어디선가 나온 빛이 사물을 비추고, 사물을 비춘 빛이 반사되어 카메라 속으로 들어올 때 사진은 만들어집니다. 빛은 렌즈 → 조리개 → 셔터 막 → 빛 저장장치(CCD) → 메모리 카드를 거쳐 들어옵니다. 렌즈로부터 메모리 카드에 이르는 카메라의 기계장치는 빛이 들어오는 통로에 그치지 않습니다. 빛의 통로인 카메라의 기계장치들을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서 서로 다른 느낌의 사진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조리개는 사진에 초점이 맞는 범위를 결정하며, 셔터는 빛이 카메라로 들어오는 시간을 결정해 움직이는 대상을 정지시킬 것인가 괴적을 남게 할 것인가를 결정합니다.

사진은 그림과 달리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빛만을 이용해 시각 이미지를 만듭니다. 빛은 자신의 몸에 사물의 흔적을 묻혀 카메라에 안에 찍어놓습니다. 카메라로 보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이 다른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사람의 눈은 앞에 펼쳐진 것을 한꺼번에 파악할 수 없습니다. 볼 수 있는 것, 보고 싶은 것만을 봅니다. 그러나 카메라는 미처 보지 못한 것, 주목하지 않았던 것 까지 포착합니다.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사물처럼 눈으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을 포착하는 카메라는 우리의 보는 능력을 확장시켜 줍니다. 또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보는 습관을 드러내 스스로 파악하는 기회도 제공합니다.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보기 좋은 사진을 만들어주는 디지털카메라의 편리함은 사진 생산의 원리를 이해하는 기회를 빼앗는데, 이것은 사진에 대한 심각한 오해를 낳는 원인이 됩니다. 촬영자는 렌즈와 조리개 등 카메라의 기계장치를 조작해서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진을 보는 사람은 현실의 모습을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재현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사진의 독특한 관점과 느낌으로 현실의 모습을 표현하기에 좋은 매체가 사진이지만, 그만큼 왜곡하기 쉬운 매체 또한 사진입니다. 

어떤 것이 만들어지는 생산의 과정을 알면 그것에 대한 환영과 오해를 없앨 수 있으며,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진 찍기를 배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정보의 많은 부분을 시각 이미지에 담아 소통하는 현대에 사진은 시각 이미지 유통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말과 글 못지않게 사진은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기초 언어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배우지 않고도 누구나 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카메라라고 오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