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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민수 Sep 23. 2020

카메라는 어떤 도구일까요

사진 찍을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상황 속에 놓입니다. 촬영자 – 카메라 – 대상. 사진 찍는 사람과 사진 찍히는 대상 사이에 언제나 카메라가 놓입니다. 중간에 놓인 카메라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사진 찍기와 그 결과물인 사진이 달라집니다. 크게 세 가지 도구로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투명한 유리창, 화가의 캔버스, 시선을 비추는 거울이 그것입니다.



첫째, 카메라를 투명한 유리창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카메라는 촬영 대상이 잘 담겨있는지 들여다보고 확인하는, 투명한 창처럼 작동합니다. 우리가 창밖을 볼 때, 창문 자체에는 주목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촬영하는 대상에만 주목하고 그것에 집착하는 경우입니다.


둘째, 화가의 캔버스처럼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카메라는 촬영하려는 대상이 어떻게 담겨있는지 뿐 아니라, 표현하려는 내용이 사진 속에 잘 담겨있는지를 파악하는 캔버스 역할을 합니다. 카메라의 액정화면 속에 담긴 것은 아직 사진이 아니지만 셔터를 누르면 바로 사진이 되므로, 액정화면 속 내용을 통해 최종적인 사진을 예측하는 것입니다. 네모난 프레임으로 세상의 일부를 잘라내 촬영자의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로 카메라를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사진은 찍으려는 것 이외의 것들이 언제나 함께 담기므로, 넣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잘 선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촬영 대상을 포함해 ‘어떤 것들이 어떻게’ 사진 속에 담겨있는지를 파악하고, 혹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진 화면을 다르게 구성하는 것입니다. 


셋째, 내 시선을 비추는 거울로 카메라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듯이, 카메라의 액정화면에 담긴 ‘예비 사진’을 통해 촬영자의 시선을 비춰보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사진 찍으려 하는데, 나는 그것을 왜 찍으려고 하는지, 나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도구로 카메라를 사용합니다. 사진에는 찍으려는 대상, 미처 파악하지 못한 주변의 모습, 그리고 촬영자의 관점과 태도가 함께 담깁니다. 또 우리가 세상의 모습을 그렇게 자세히 살피지 않으며, 눈 앞에 펼쳐진 것 중에서 보고 싶은 것만으로 본다는 것도 확인시켜 줍니다. 카메라는 거울처럼 비추고, 찍힌 사진에는 그것의 흔적이 남습니다. 물론 찍힌 사진을 통해 ‘나의 사진 찍는 방법과 태도’를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카메라 거울’로 확인한 것을 바탕으로 사진 찍기의 과정을 새롭게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 도구를 만들어 씁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도구가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전기의 등장으로 밤에 불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점차 청각에 비해 시각에 의존해 세상을 파악하게 되었고, 기차 여행이 일상화되자 삶의 공간을 그림을 보듯이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카메라 또한 원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만드는 것뿐 아니라, 사진 찍는 사람을 이전과는 다르게 느끼고 생각하도록 합니다. 카메라는 용도가 정해진 도구가 아닙니다. 때로는 투명한 창으로, 때로는 표현을 위한 캔버스나 시선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카메라는 어떤 도구일까’라고 묻기보다, ‘카메라는 어떤 도구가 될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바꿔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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