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촬영의 대상을 카메라의 액정화면에 담고 셔터를 누르는 것을 사진 찍기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진 찍기는 <카메라를 손에 들기 → 찍을 대상을 발견하기 → 눈으로 가늠하기 → 카메라의 액정화면으로 찍을 대상을 포착하기 → 셔터를 누르기>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진행됩니다. 찍고 싶은 대상을 발견하면 바로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사진 찍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사진 찍기의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 하나하나를 새롭게 해야 합니다.
사진 찍기의 각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카메라를 손에 들기>. 이 단계에서는 어떤 목적으로 카메라를 들었는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특정한 사진을 얻기 위해 우리는 카메라를 드는데, 이때 자신이 원하는 것 이외의 것들은 눈 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을 위험성이 있습니다.
둘째, <찍을 대상을 발견하기>. 이 단계에서는 사진 찍을 대상을 능동적으로 찾았는가, 우연히 맞닥뜨렸는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원하는 시각적인 재료를 카메라를 들고 찾아다니지만, 우연히 맞닥뜨린 것이 훨씬 좋은 사진의 재료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눈으로 가늠하기>. 이 단계에서는 원하는 최종적인 사진을 예측했는가, 그렇지 않았는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촬영의 대상을 발견하는 즉시 최종적인 사진을 예측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맞닥뜨린 대상에서 새롭게 느낀 것을 담는 것이 사진 찍기의 목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넷째, <카메라의 액정화면으로 찍을 대상을 포착하기>. 이 단계에서는 액정화면에 보이는 현실의 모습을 인위적인 조형적인 질서로 잘 꾸밀 것인가, 맞닥뜨린 것을 거칠게 담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위에서 말한 복잡한 여러 과정을 <눈으로 보기 → 카메라로 보기 → 사진>로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보기’와 ‘카메라로 보기’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요? 개성 있는 사진 찍기는 색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만났을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남들과 다른 것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사람이 개성 있는 사진을 찍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사진 찍기의 공부는 카메라를 잘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진 찍기에서 벌어지는 각 과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판단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 카메라를 든 사람은 세상과 새롭게 만날 수 있으며, 그 결과인 사진 또한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진 찍기는 눈을 본 것을 카메라에 섬세하게 담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사진 찍기를 훈련한 사람들은 흔히, 카메라를 들기 전에 찍고 싶은 최종적인 사진을 예측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태도는 좋다고 알려진 상투적인 사진 찍기만을 하도록 촬영자를 길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진 찍기의 태도와 과정을 달리하면 남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사진 찍기란 이렇게 해야 한다고 알려진 규칙들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그동안 자유롭게 사진 찍었다고 생각했지만, 일정한 규칙에 따라 습관적인 사진 찍기를 반복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