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세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을 수 없습니다. 어떤 렌즈를 사용하고 조리개를 어느 정도 열며, 셔터 속도를 얼마나 빠르게 하느냐에 따라서 사진은 달라집니다. 렌즈는 사진 화면의 넓이를 결정하며, 조리개는 사진에 초점이 맞는 범위를, 셔터 속도는 움직이는 사물을 정지시킬 때 필요합니다. 카메라에 들어오는 빛의 반응 정도를 결정하는 감도(ISO), 빛의 종류에 따라 사진의 색을 결정하는 화이트 밸런스와 빛을 양의 측정하는 측광 방식 또한, 촬영할 때 결정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사항들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렌즈의 화각과 조리개 넓이, 셔터 속도와 감도를 촬영자가 매번 결정해야 한다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카메라가 어떻게 작동될 때, 사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촬영자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사진 속에 표현하려면, 카메라의 조작에 따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카메라를 이용한 대표적인 표현방법은 렌즈의 활용입니다. 렌즈는 카메라의 액정화면으로 보이는 화면의 넓이에 따라서 크게 광각렌즈와 망원렌즈로 구분됩니다. 광각렌즈는 상대적으로 넓게 보이며, 망원렌즈는 좁게 보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카메라(휴대폰 카메라와 콤팩트 카메라 등)에는 광각렌즈에서 망원렌즈까지 화각을 바꿀 수 있는 줌렌즈가 달려 있는데, 전원을 켜면 언제나 광각렌즈로 작동이 됩니다. 전원을 켜자마자 화각을 바꾸지 않고 사진을 찍는다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카메라와 가까이 있는 촬영 대상은 크고 과장되게 찍힙니다. 만약 사람의 얼굴을 가까이서 찍는다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고 과장되게 얼굴이 찍히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에 비해, 망원렌즈는 특정한 대상에만 초점이 맞추고 주변은 흐릿하게 합니다. 앞에 위치한 촬영 대상과 뒤의 대상을 서로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도 하는데, 사람이 많은 곳은 더욱 많아 보이게 합니다. 공간감이 사라진 추상적인 모습으로 현실을 재현하는 것 또한 망원렌즈의 표현 효과입니다.
카메라의 표현방법을 아는 것은 사진 찍을 때뿐 아니라, 찍힌 사진을 읽고 감상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여행지에서 머물 숙소를 인터넷으로 검색할 때, 컴퓨터 화면 속에 보이는 숙소의 사진이 어떤 렌즈로 찍혔는지를 잘 살펴야 합니다. 광각렌즈로 촬영해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이도록 함으로써, 컴퓨터 화면에서 넓어 보이던 방이 실제 현장에 가서 확인하면 예상했던 것보다 좁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카메라를 이용한 표현이 다른 시각매체에 비해서 갖는 특징은, 촬영자는 자신의 의도와 생각을 사진 속에 담았는데도, 그것을 보는 사람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의 재현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입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시각 이미지를 만든 사람의 주관이 배제된 듯 보이는 ‘객관적인 재현 효과’를 얻는 데 사진처럼 좋은 매체도 없습니다. 사진의 생산자가 전달하려는 의도에 맹목적으로 빠져들지 않고 사진을 비판적으로 읽으려면, 카메라를 어떻게 조작할 때 어떤 촬영의 결과가 나오는지에 대한 사진의 표현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어떤 것이 만들어지는 생산의 과정을 알면 환영이 사라진다’는 말이 뜻하는 것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