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 도전기] ♬ 다 흘려버린 아이스크림같이 이러다 녹을지 몰라 ♬
#크로스핏 #크로스핏을해볼까
저쪽에서 나를 지켜보던 코치가 다가왔다.
“이 부분을 밖으로 충분히 젖힌 다음에 발을 넣으시고요. 허리를 펴고 손잡이를 끝까지 잡아당겨 보세요. 회원님은 10칼로리만 타세요.”
나는 겨우 발을 넣고 손잡이를 당기기 시작했다. 슈우우욱 하는 소리와 함께 손잡이에 이어진 줄이 길게 늘어났다. 화면에 표시되는 칼로리 숫자가 10가 될 때까지 당겨야 하는데, 1이 2로 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도대체 언제까지 타야 하는 걸까 싶을 때쯤 10까지 숫자가 채워졌다. 파트너는 이전보다 더 빠르게 로잉 머신을 탔고, 내 순서는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돌아왔다. 번갈아 둘이 합해서 총 여섯 번을 탔다. 팔이 쨍, 하고 쑤시고 허벅지가 맹, 하고 욱신거렸다. 한 번도 크로스핏이 뭔지 알아보고 오지 않았던 덕분일까. 상상 이상으로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런데 로잉머신은 준비 운동이었다. 로잉 머신을 원래 자리로 갖다 놓고, 이번에는 철제 선반 옆의 하얀 보드 칠판 앞에 모였다. 코치가 말했다.
“오늘 와드 설명하겠습니다. 오늘은 Team of 2고요. AMRAP이니까……”
분명히 한국어인데 중간중간 들어가는 단어를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코치가 사람들에게 바벨을 가져오라고 했고, 나에게는 덤벨로 하라고 말했다. 덤벨이 뭔지 모르는데……어김없이 또 헤매는 나를 보더니, 코치가 철제 선반 아래쪽을 가리키며 ‘저게 덤벨’이고 ‘제일 가벼운’ 걸로 가져오라고 다시 이야기했다. 이게 아령이 아니고 덤벨이구나……
“회원님은 덤벨 들고 스쾃하신 다음에 팔을 쭉 펴서 덤벨을 높이 들어서 올리시면 돼요.”
제일 가벼운 덤벨은 한 개에 2킬로그램이었다. 생각보다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다. 8년간 두 아들을 안아주며 단련된 나의 팔 근육에 처음으로 감사했다. 로잉 머신을 타면서 한껏 풀이 죽었던 나는 그래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코치도 자꾸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하라고 말했다.
그때는 몰랐다. 왜 나만 땀을 많이 흘리지 않고 있는지. 다들 발갛게, 가 아닌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헉헉거리고 있는지. 체험이라는 마법이 풀리면, 나는 허벅지가 흐물흐물해져서 회사까지 기어가야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레드벨벳이 명랑하게 노래하고 있었다.
WOD(Workout of the day): 와드. 오늘의 운동. 그날 진행할 운동 프로그램을 말해요. Team of 2라고 적혀 있으면 두 명이 짝을 이루어서 번갈아 운동하고, 그게 써있지 않으면 혼자 합니다. AMRAP, FT, EMOM 같은 방법으로 나뉩니다.
AMRAP(As Many Rounds As Possible): 암랩. 주어진 시간에 미션을 가능한 여러 번(라운드) 하기. 몇 라운드와 몇 번을 했는지를 기록으로 측정해요.
FT(For time) : 빠른 시간 내에 주어진 미션을 완주하기. 몇 분 몇 초 안에 미션을 끝냈는지를 기록으로 측정해요.
EMOM (Every Minute On The Minute): 이엠오엠. 이름처럼 1분마다 정해진 동작을 하기. 그 동작을 다 하면 1분 내 남은 시간은 쉴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