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번역사회학? 그게 뭐지?

by second half


아마 어쩌다가 이 글을 읽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제일 먼저 보이는 반응이 아닐까. 번역사회학(Sociology of Translation)이란 학제적 연구의 한 분파이다. 고매한 정통 인문학의 유구한 역사와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아직 짧은 역사를 가진 신생학문 번역학을 사회학 이론과 결합한 연구를 이렇게 통칭한다.


이쯤해서 물론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진다. "번역학? 그게 학문이야?" 맞다. 번역학은 학문이다. 번역학은, 대문자로 크게 강조하여 쓴 'Translation Studies'는 번역과 통역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언어를 연구하는 언어학에서 파생되어 불과 수십년 전부터야 비로소 독립된 학문으로 인정 받기 시작한 학문이다.1)


여기에서 딱 감이 오시겠지만, 번역학은 실무와 깊이 연관된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성경을 여러 언어로 만드는 작업을 했던 저 멀리의 선조들부터 오늘날 컴퓨터를 켜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의 명령어나 메뉴를 다양한 언어로 바꾸는 현지화(localization) 업무를 하는 링귀스트(linguist), 각종 국제회의에서 청중 뒤 벽 앞에 위치한 작은 부스 안에 들어가 연사의 속사포 같은 발언과 사투를 벌이는 동시통역사들까지 모두 공통적으로 해왔던 일, 지금은 구글번역이나 챗GPT 등 인공지능이 그야말로 복사하여 붙이기와 클릭 한 번이면 뚝딱 해내는 일,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작업, 이 모든 번역 활동이 번역학 연구의 대상이 된다.


그러니까 번역사회학은 파생된 분파에서 또 학제적 접근으로 다른 학문과 결합된, 굳이 찾아서 바라보지 않으면 바라봐지지 않는, 나는 여기 있다고 열심히 외쳐야 누가 한 번 볼까 말까 한 비주류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번역학에서 굳이 번역사회학을 구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번역학은 그 성격 상 번역의 대상이 되는 원문(출발어)과 번역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언어(도착어)를 비교하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현재 번역학에서도 한 언어로 씌여진 원문이 다른 언어에서 어떻게 번역되었는지를 살펴보는 연구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번역사회학은 언어적 선택보다 번역이라는 사회적 행위가 일어나는 맥락에 집중한다.


다시 말하면 번역이 이루어지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 그 자체가 연구 대상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번역을 의뢰한 클라이언트는 누구인가? 왜 번역을 의뢰하게 되었는가? 한 작품이 번역되기까지 어떠한 주체가 개입하는가? 번역가는 어떤 사람인가? 어떠한 경위로 번역을 맡게 되었나? 번역이라는 행위를 통해 번역가가 얻는 경제적, 비경제적 보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번역가는 왜 번역하는가? 클라이언트, 저자, 독자는 번역가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AI 등 기술 발전으로 번역 과정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기술 발전으로 정말 번역가들이 사라지고 있는가?


이것이 번역사회학이 탐구하는 주요 주제이자, 실무자의 길을 걷다 연구에 막 발들인 나를 매혹시킨 연구질문들이다. 실무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번역 연구자들의 특성 상, 번역사회학의 연구질문을 보고 한 번쯤 마음이 동하지 않은 연구자는 없을 것이라고, 그리고 번역사회학이야말로 번역학을 연구하려는 실무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라고 나는 감히 주장한다. 내가 그랬듯이. 그 이유는 번역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배경과 관련되어 있다. (다음 편에 계속...)




1) 이향, 최은실, 조혜진 (2017), "누가 번역학을 연구하는가? - 국내 번역학 연구자의 프로필 비교", 통역과 번역, 19(3), 111-135.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