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 사이의 기억들
리스본에서 신트라까지, 그리고 스리라차
포르투에서 리스본으로 넘어온 첫날 무거운 짐을 이끌고 이동했더니 자연스레 배꼽시계가 요동쳤다. 한식이 당기기도 하고 근본인 쌀이 너무 먹고 싶었다. 무언가 칼칼하니 시원하게 위장을 내려줄 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근처 음식점을 찾아보다 베트남음식점이 있어 베트남음식을 먹기로 하였다. 근데 문제가 하나 발생하였다. 너무나도 배고픈데 브레이크타임인 것이다. 엄마랑 나는 호텔에 누워 쉬며 간절하게 브레이크타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브레이크타임이 끝나는 6시가 땡 하자마자 음식점에 입장하였다. 우리가 가게에 들어서자 주인아저씨는 온화한 미소로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우리는 볶음밥과 쌀국수 그리고 스프링롤을 주문하였다. 고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고수가 영어로 떠오르지 않아 빼달라고 번역기에 썼는데 데이터가 잘 터지지 않아 소통이 잘 안 되던 찰나 주인아저씨는 주방으로 가 고수를 보여주고 친절하게 볶음밥에는 안 들어간다고 얘기해 주었다. 한 가지 여담을 얘기하자면 여기서 고수가 들어간 쌀국수를 먹고 고수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여행하면서 친절한 가게주인을 만나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가게는 허름해서 처음에는 기대를 안 했다. 근데 첫 번째로 나온 스프링롤엔 고기와 숙주가 속으로 들어간 튀긴 스프링롤을 한입 먹으니 생각이 달라졌다. 흔히 알고 있는 스프링롤이 아니었는데 피시소스에 찍어먹으니 느끼하지 않고 너무 맛있었다. 메인메뉴가 나오고 볶음밥에 스리라차와 마늘절임을 듬뿍 얹었더니 그동안의 느끼함이 싹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매콤한 스리라차가 이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다음에 여행할 때 고추장과 함께 스리라차를 챙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슬고슬한 볶음밥에 스리라차를 뿌려 먹으니 그동안의 쌀이 너무 먹고 싶었던 생각이 해소되었다. 거기에 엄마가 주문한 뜨끈한 쌀국수 국물을 먹으니 이제야 한국인은 역시 국물과 쌀이라는 생각을 했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근처에 한식당이 없다면 베트남음식점도 한 가지 선택지가 될 수 있으니 참고 부탁드린다. 진심으로 너무 맛있었다. 이렇게 이동의 피로를 날렸다.
리스본에서 둘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신트라로 관광하기 위해 준비했다. 온전히 하루를 쓸 수 있는 날이었기에 멀리 다녀오기 딱인 날이었다. 신트라행 CP기차를 타기 위해 로시우역으로 향했다. 블로그에 신트라에서 같이 사용할 수 있는 교통권이 있다고 하는데 CP안내원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얘기했다. 안내원 말을 듣고 신트라행 왕복 기차권을 구매했다. 다녀와서 느낀 정보는 신트라 내 통합버스 434번과 435번 버스를 탈 수 있는 버스권이 아닌 블로그에서 말하는 통합교통권은 신트라 시내버스를 탈 수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다녀와 느낀 점은 신트라 통합버스권이 비싸긴 해도 중요관광지를 간편하게 갈 수 있고 가까이 내려줘 통합교통권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신트라는 걷기엔 언덕이 많으니까 말이다.
신트라 통합버스권으로 434번 버스를 서둘러 탔다. 목적지는 바로 페나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서 이다. 434번 버스 정류장은 매표소에서 나와 바로 앞에 있었다. 버스를 타고 20분쯤 움직였을까 표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진 줄이 보였다. 버스에 내려 바로 표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섰다. 발권기에 섰을 때 갑자기 신용카드 비밀번호 입력창이 떴다. 낯선 상황에 당황해 오래 잡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얼른 다음 사람에게 양보하고 키오스크를 나왔다. 바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클룩앱을 켰다. 그런데 인터넷 신호가 약해 거의 로딩이 멈춘 수준이었다. 천천히 인내심을 기르며 구매하였다. 어렵게 구매한 표를 들고 입장하였는데 멀리서 눈에 들어오는 노란색 궁전은 표를 구매하기까지 어려움을 싹 잊게 해 주었다. 초록색자연과 노란색 궁전은 마치 동화책 속 삽화 같았다. 자연과 건축이 어우러지는 게 너무 아름다웠다. 환상적이 색감. 초록색 색채가 노란 궁전을 산속에 숨겨주는 느낌이 들었다.
페나궁전을 나와 다시 434번 버스를 타고 신트라시내로 내려왔다. 헤갈레이라 별장을 가기 위해 435번 버스를 기다렸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버스는 오지 않았고 우리처럼 기다리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줄을 이탈해 근처 카페에서 나타를 사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친 얼굴 사이에서 갑자기 버스가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마치 오래된 친구를 본 것처럼 손을 흔들어 반가움을 표현했다. 버스기사님도 손을 흔들어주었고 그 순간 웃음과 재치가 만든 짧은 추억이 생겼다. 여기서 팁하나를 적자면 435번 버스는 피자헛 너머에 있으니 처음 가는 사람들은 참고해 주길 바란다.
도착한 헤갈레이라 별장은 안으로 들어선 순간부터 완전히 다른 세계 같았다. 중세 유럽의 미궁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주었다. 돌계단과 동굴 같은 통로 그리고 나선형의 우물 중세 유럽 영화 안으로 들어온 느낌을 주었다. 신비롭고 어둑한 분위기는 헤갈레이라 별장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거꾸로 된 탑' 우물이 아닌 나선형으로 된 계단을 내려와 있는 동굴이었다. 그곳에는 폭포가 내려오고 동굴 안에서 바라보는 자연이었다. 역광이 비추는 그곳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헤갈라이라 별장에서 팁은 출구 근처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입구에서 화장실을 꼭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신트라에서 돌아온 저녁 살짝 피곤하지만 또 배가 고팠다. 리스본에 왔으면 해물밥을 꼭 먹어보고 싶어 가장 유명한 우마로 갔다. 그런데 이미 만석인 데다가 예약도 꽉 차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점원이 얘기했다. 옆가게로 갔는데 이미 그곳도 만석이었다. 옆가게 점원이 같은 메뉴를 판매하는 가게가 3분 거리에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향했다. 복잡함 없이 바로 들어가 앉을 수 있었다. 주문한 것은 뽈뽀와 리스본 대표메뉴 해물밥이었다. 뽈뽀는 쫄깃하니 맛있었고 같이 나온 야채와 곁들여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해물밥은 자박한 토마토 국물에 끓여진 밥은 감칠맛이 맴돌았다. 리스본에서 해불밥을 두 번 먹어봤는데 가장 맛있는 해물밥이었다. 마지막에 식후 주로 체리포트와인을 주었다. 달콤하니 입가심으로 딱이었다. 바다 향을 품은 해물밥 한 그릇과 쫄깃한 뽈뽀로 하루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