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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라는 도시에서의 시작

7화,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 사이의 기억들

by 많코

포르투라는 도시에서의 시작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긴장이 풀렸다. 악명 높은 항공사 이용의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연착은 조금 되었지만 수화물 분실도 없이 왔다. 짐을 찾고 설렘 반, 피로 반의 상태로 그랩을 타고 에어비앤비 숙소로 향했다. 고속도로 위에서는 다른 도시와 별반 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포르투 시내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었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포르투는 언덕이 많아서 도착했을 때 택시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날씨가 선선하면 짐 들고 다닐 만 하지만 더우면 너무 힘들 것 같다. 꼭 택시를 추천한다.

숙소에 도착한 뒤 간단하게 정리를 마치고 근처 작은 마트를 들렸다. 맥주 몇 캔을 집어 들고 포르투에 오면 삼겹살이 가격이 많이 싸다고 해서 고기도 살까 했지만 종류도 별로 없고 상태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맥주와 요거트를 구매했다. 도착날 저녁은 주방도 있겠다 한식이 필요한 우리는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과 햇반, 김치로 식사를 했다. 평소 같으면 잘 안 먹는 탄, 탄 조합인데 너무 맛있었다. 낯선 도시에서 한 끼를 익숙한 음식을 먹는 것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없어지는 게 아쉬워 근처 한인마트를 찾아보았지만 걸어서 30분이라 가는 것을 포기했다. 배를 채우고 시간이 아까워 숙소에만 있을 수는 없었다. 해가 천천히 기울 무렵 가벼운 옷차림으로 동루이스 다리 쪽으로 향해 걸었다. 한 3분 걸었을 까? 북적한 나타 가게가 나왔다. 나는 엄마한테 바로 '애그타르트 먹자!' 하고 가게로 바로 들어갔다. 소소하게 나타 2개 구매했는데 한순간에 없어져 아쉬웠다. 꼭 1일 1나타를 먹겠다 다짐했다. 달콤하고 부드럽고 느끼함을 잡아주는 시나몬향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맛이었다. 그 달콤함이 도시 이동을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듯했다. 이것을 먹으려고 포르투를 왔지 싶었다. 가벼운 산책을 마치고 포르투 첫날을 마무리했다.


아침에 일어나 포르투 숙소 창문으로 보는 뷰는 너무 이뻐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았다. 바르셀로나와 다른 빽빽한 주황지붕은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아침은 간단하지만 행복한 나타 2개와 캡슐커피를 내려먹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커스터드와 시나몬향 풍경과 합해져 행복한 아침이 되었다.

느긋하게 하루를 준비하고 첫 목적지는 룰루서점이었다. 해리포터의 배경이 되었다는 이곳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관광지라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행 시작 전 입장권을 구매할까 고민했는데 들어가지 않기로 하고 밖에서 사진을 찍고 천천히 포르투 거리를 걸었다. 포르투라는 도시는 크지 않지만 골목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건물 외벽을 감싼 타일들은 무늬도 색도 각기 달랐고 햇빛아래 반짝이는 그 모습들은 마치 하나하나의 작은 예술작품 같았다. 걷고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도시였다.


점심 무렵 슬슬 배고파져 마트에 들렀다. 식비도 아낄 겸 직접 만들어먹기로 하였다. 마트에서 파스타면과 양송이버섯, 마늘, 치킨스톡을 구매했다. 숙소로 돌아와 간단하지만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유럽여행을 하며 가장 배부르게 먹은 듯하였다. 사진 속 파스타 2인분이다. 두 명에서 다 먹었다.. 파스타를 다 먹고 빠질 수 없는 나타 2개를 빠르게 해치웠다. 완벽한 점심이었다. 나타는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식사를 마무리하는 소소한 의식처럼 느껴졌다.


오후에는 다시 동 루이스 다리로 갔다. 위로 처음 올라가 풍경을 바라보았는데 도루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마을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꼭 저녁에 와 야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엄마가 파스타를 먹을 때 김치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시간도 여유롭다 싶어 소화도 시킬 겸 한인마트로 가기로 하였다. 가는 길은 새로운 길이지만 포르투의 새로운 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천천히 거었다 FC포르투 스토어를 발견해 축구러버로서 발도장을 찍어주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구매할 걸 그랬다. 걷다 보니 한인마트에 금방 도착했다. 들어서자 반가운 한국음식들이 반겼다. 이것저것 다 구매하고 싶었지만 배추김치하나 구매하고 한국 가면 꼭 다 먹으리 다짐했다. 한국의 맛을 포르투에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든든했다.

숙소 쪽으로 돌아오는 길 우연이 볼량시장을 마주했다. 한번 방문하려고 해서 바로 볼량시장으로 내려갔다. 시장을 보면 그 나라의 분위기가 느껴져 좋다. 늦은 시간에 방문에 문 닫은 상점들도 많았지만 포르투에서 재배되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눈에 띈 건 생면 파스타였는데 이미 마트에서 구매해서 아쉽게도 그냥 지나쳤다. 다음에 유럽여행을 한다면 시장에서 생면파스타를 구매해보고 싶다. 건면파스타와 다른 식감과 맛을 줄 것 같다.

숙소 창문으로 바라보는 야경은 낮과 다른 분위기를 주었다. 들어오는 길에 와인을 한병 구매했다. 창밖을 보며 와인 한잔을 한 추억은 잊을 수가 없었다. 포르투에서 여행을 할 때 와인을 어떤 것을 살지 고민이 된다면 사진 속와인을 추천한다. 어느 하나 맛이 튀지 않고 가볍지도 않아 너무 맛있게 먹었다. 만약 안주를 뭐 먹을지 고민이 된다면 마트에서 작은 빵 한 덩이와 크림치즈 그리고 토마토를 사서 같이 먹어보면 간단하지 만 맛은 환상적인 최고의 와인안주가 된다. 칼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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