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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가의 꽃 Aug 09. 2022

운전은 나의 힘

나의 첫차는 장난감처럼 생긴 녹색의 귀여운 자동차였었다.  '저렇게 작은 차도 굴러가는구나'하는 시선이 가끔씩 느껴질 정도로  매우 작은 차였었지만  그 차 안에서의  나는  도로를 종횡무진  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 찬 자칭 베스트 드라이버였었다.


운전면허는 22살 대학 여름방학 때 취득했었지만 10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운전면허증은 오직 신분증으로만 사용했었을 뿐 감히 내가  차를 가지고 도로로 나온다 것은 는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장롱면허 소지자들은 아마 이런 심정일 것이다. 굳이 내가 복잡한 도로에 나가 괜히 다른 차들의 주행 방해를 하거나  만에 하나 나의 운전미숙으로 교통사고의 가해자가 되는 끔찍한  상상을 하며 내 몸이 조금 힘들어도 다수를 위해 안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 동안 지옥철을 타고, 만석의 버스 기둥에 몸을 기댄   '그래 이게 도시인의 비애지' 라며 웃픈 자기 위로를 했었다. 그리고 결혼 후에는 남편이 운전을 하였기에  자차 운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남편  조수석에 앉아서는 운전하는 사람보다 내가  긴장해서 "어머   끼어들려는데 부딪힐  같아" , "너무 빨리 달리는  아냐? 등등 온갖 호들갑을 떨며 속으로 '  나는 진짜 운전은 못하겠다' 라며 매번 다짐했었다.


그런 다짐을 하는 동안 취미였었던 꽃꽂이가  직업이 되었고 난 매주 새벽 꽃시장을 나가야만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초반에는 새벽에 자는 남편을 깨워 시장에 갈 때도, 엄마에게 부탁을 할 때도, 그래도 불가피할 때는 혼자서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한아름의 꽃을 힘겹게 안고 다니곤 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운전은 선택이 아니라 나에게 필수가 되었다. 결국 운전면허를 딴지 10년 만에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도로연수를 다시 받았고 동시에  내차가 있어야 운전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 고민도 없이  바로 매장을 향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고민도, 고려해볼 시간도 없이 빠르게 모든 게 진행되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어느새 새벽의 강남대로를 달리고 있었다.


막상 운전석에 앉으니 조수석에서 보던 세상과 전혀 다른 또 다른 도로의 세상이 펼쳐졌다. 막연히 무섭기만 했던  쌩쌩 달리던 차들은 모두들 자기 속도로 달리고 있던 차들이었고 절대 나를 끼워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끼어들기 운전도 나와 예상과 달리 도로 위의 대부분의 차들은 서로서로 잘 비켜주며 초보의 나에게도 그러한 관대를  베풀어주었다.  끼어들기 운전이 점차 무서워지지 않자 운전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새벽의 고속도로, 강변도로 위를 속도를 내고 달릴 때는 평생 느껴보지 못한 해방감이 내 가슴속 깊이 차올랐다.

그렇게 운전을 시작하고 나서 한동안은 그동안 혼자 가보고 싶었지만 차가 없어 가보지 못했던 곳을 열심히 다녔고 매일같이 드라이브 쓰루를 통해 햄버거와 커피를  먹었다. 약속이 생기면 내가 나서서 그들을 픽업하러 가기를 자처했다.  누군가를  우고 서울싱내를 운전하는  자신이 어릴적 상상하던 진짜 어른의 모습같아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서울 시내 전이 누군가는 힘들다고 지만  나는  복잡한 강남 도로를 이리저리 쏙쏙 빠져나가는  마치 퀘스트를 깨는 게임을 하는 것처럼 재미있게 느껴졌.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따라 부르며 도로 위를 달릴 때는  순간만큼은  세상 어느 공간이 부럽지 않았다.

운전을 하는 동안 자동차  , 작은 공간이 끝없이 확장되는 무한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 주고 있었다.


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나에게 단순히 이동  편리함만을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자유와 진정한 독립을 경험할  있게  주었다.


운전을 하기 전의 나와 운전을 한 후의 나는 다른 사람이었고 운전 전의 삶과 운전 후의 삶은 전혀 다른 삶이었다.


기동력이 생기기 시작하자  훨씬 많은 일들을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멀어서 저 일은 못할 것 같아" 하던 것들도  운전 후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제약이 되어왔던 것이 해결되자 내 세상의 바운더리가 넓어지기 시작했고 다채로워졌다.


밀리는 도로 위에서는  운전대를 치며 짜증을 낼 때도 있다.

주차가 힘들어 골목을 뱅뱅 돌며 주차공간을 찾느라 신경을 곤두세울 때도 있다.

기름값이 오르면 예민해지기도, 수리비가 많이 나오면 좌절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운전을 하고 있을 때의 내가 너무 좋다.


운전을 하는 나는 어느 때보다 과감하고 자신감에 차있고 긍정적이며 진취적이게 된다.

내가 운전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에게도 이러한 면이 있었다는 것을 절대 몰랐을 것이다.


운전의 즐거움을 알려주었고 새로운 세상을 열게 해 준  6년간 나의 분신이었던  귀엽고 소중했던 나의 첫차는  작년 이맘때  나를 떠났다. 떠나보내는 날 마치 오래된 친구와 헤어지듯 그동안 고마웠다고 몇 번을 차를 쓰다듬으며 얘기한 후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아이처럼 그 자리에 서서  엉엉 울었다.  

그 작은 차가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를 성장시켜주었고 내 세상을 넓혀주었다.

지금 내 곁에는 흰색의 suv가 함께하고 있다. 이 친구와의 펼쳐질 앞으로의 여정도 기대가 된다.

그래도 가끔씩 도로 위에서 예전 나의 차와  같은 차를 만나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모든 이에게 운전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추천한다.  물론 평생 운전을 하지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운전을 하게 되면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생긴다. 그리고 운전하는 일상은 우리에게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우리를  지켜낼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근력이 되어준다.


운전을 잘해야 베스트 드라이버라지만

나에게 베스트 드라이버란 운전을 하며  행복하다면 베스트 드라이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자칭 베스트 드라이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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