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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욥 Jun 13. 2024

그 요상한 소리는 '방언기도'

착한 대안학교 아이들

앞에서 QT를 주관하던 교장선생님이 기도를 하는데, 내가 처음 왔다고 날 위한 기도를 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작된 기도...


“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 이렇게 김 선생님과 처음으로 인연을 만들어 주심에 감사드리오며~~~ ”


 이렇게 멀쩡히 시작했던 기도가 점점 언성이 높아지더니 강한 어조로 바뀌기 시작했다. 또 얼마나 할 말이 많은 지 무려 3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기도를 하던 교장선생님이 감정이 더욱 격해졌는지 입에서 요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올롤롤롤롤롤 렐렐레레레렐렐레 우라라라라라라라랄랄라랄.... ”


AI로 그린 상상 이미지. 방언 기도를 하는 선생님들


 나는 너무나 충격을 먹어서 눈을 뜨고 그 교장선생님을 봤다. 그 교장선생님은 하늘 위로 손을 뻗어 손바닥을 나를 향한 채로 이런 요상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이 교회 집단은 사이비 종교인가? 싶었다. 


 그런데 그 교장선생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전부 입에서 요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사이비종교. 정말 사이비종교였다. 이 광경을 본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100%의 확률로 사이비종교라고 생각이 들 것이다. 나는 그 지옥 같던 QT시간이 끝이 나고 교무실로 들어와서는 그 적지 않은 충격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사이비 종교에 빠지면 나가는 것도 상당히 귀찮게 굴텐데 말이다. 그런데 이들이 사이비 종교인들이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은 틀리고야 말았다.


 알고 보니 이 대안학교는‘대한예수교장로회’라는 우리나라 정식 기독교단체에 속한 교회 단체였고, 이단 종교가 아니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이나 다른 선생님들이 냈던 그 요상한 소리는 ‘방언기도'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알리가 없었던 나에게 그 충격이 내 뒤통수를 강력하게 가격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다 이런가? 하고 내가 모르는 세계에 점점 겁부터 나기 시작했다.


 아무튼 그 충격적인 일이 끝나고 바로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입학식 또한 예배처럼 진행되었다. 앞에서 어떤 선생님의 리드 하에 학생들이 건반, 기타, 드럼 등을 치면서 CCM이라는 찬양으로 시작된 입학식. 그 행사에서 또 기나긴 교장선생님의 기도가 있었고, 그런데 잠시 후 이런 이상한 일은 또 있었다.


“ 이번에 아무개 선생님이 임신을 하셔서 그만두시게 되었고, 그 자리를 대신해서 새로운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


 하면서 교장선생님이 날 소개해주었다. 나는 일어나서 학생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는 인사말 끝에 이런 말을 했다.


“ 제 전임 선생님이셨던, 아무개 선생님께서 순산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


 교장 선생님이 나를 새로 온 선생님이라고 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나는 인사말 끝에 이런 말을 했던 것이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교무실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부장님이 날 불렀다. 부장님은 날 보고 웃으면서 기가 막힌 말씀을 하셨다.


“ 선생님. 앞으로는 ‘빕니다.’ 하시지 말고 ‘기도합니다.’라고 하세요. 기독교인들은 빌지 않고 기도해야 합니다. ”

“ 네?? 아... 네... 죄송합니다. ”


 정말 어이가 없었다. 기독교인들은 빌면 안 된다니 말이다. 이 학교를 다니기 전에는 내 머릿속에 있던 단어 사전을 바꿔야 했다.‘하느님’은 ‘하나님'으로 ‘빕니다'는 ‘기도합니다.'로 국어를 전공한 나로서는 정말 이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힘없는 나로서는 그저 알았다고 '지당 합소이다'만 외쳐야 했다. 도대체 내가 왜 죄송해야 하는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맡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있는 교실로 '담임'으로서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 아이들과 마주하는 자리, 그 첫 조회 시간에서 나는 무려 내가 진행하는 QT와 함께 담임으로서 대표 기도를 해야 했다. 


 떨렸다. 대안학교 선생님이라 내가 갖고 있는 국어를 가르치는 능력 이외에 기도하는 능력과 QT를 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내가 어설프게 아는 척을 하며 아이들에게 거짓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태어나서부터 개신교인이었던 이 아이들의 눈에는 어설픈 나의 모습이 훤히 보일 것이다. 금세 들키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솔직해지기로 마음먹고 겨우겨우 입을 떼었다.


" 너희들도 아는 사람은 알지...? 난 솔직히 교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너희들은 어려서부터 성경도 계속 읽어 왔고 기도도 많이 했겠지만, 나는 오늘이 처음이야. 나름대로 준비를 했는데 어설프더라도 좋게 봐줬으면 해~ "


 아이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착했다. 사실 나는 엄마를 쫓아다니기도 했지만, 송파구에 있는 한 학원 강사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만났던 학생들보다 더 착한 아이들이었다. 


" 쌤~ 괜찮아요!! 처음엔 누구나 다 그래요~ "

" 하하.. 그래. 고마워. 자... QT시작하자~ "


 그렇게 어설픈 QT를 했다. 7시 50분에 시작되는 QT는 교사들끼리의 QT이고, 지금 하는 QT는 학생들과 하는 QT였다. 나는 최대한 교사 QT에서 다른 사람이 했던 말을 인용해서 그 어설픈 QT와 기도를 마치게 되었다.


 내가 그 요상한 학교에서 유일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 착한 아이들 덕분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아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아서 그 요상한 대안학교에서 하루하루를 그나마 즐겁게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의 대부분은 그저 착하기만 했다. 이 아이들의 대부분은 성취 수준이 현저히 낮았다. 그렇게 성취 수준이 낮은 아이들의 대부분은 이 학교에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아이들이었다. 중간에 일반 학교를 자퇴하고 들어온 아이들은 그나마 그런 아이들보다는 높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아이들은 성경과 신앙심은 무척이나 높았지만, 성취 수준은 낮은 그런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신앙심은 어떤가? 내가 맡은 2학년반은 좁아터진 교실에 대략 10명 정도의 학생이 있었는데, 그중 절반은 정말 신실한 신앙심을 가진 학생들이었다. 주로 여학생들이 그러했다. 그런데 나머지 절반 정도의 남학생들 중에는 이제 갓 교인이 된 나의 눈에도 엄마가 또는 아빠가 시켜서 다니는 애들이 거의 전부였다. 


 내가 처음이라 기도도 잘 못한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기도를 시켜보면 나랑 별반 차이가 없었다. 아니, 나보다 더 못했다.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하기 싫어하고 귀찮아하는 모습이었다. 그저 엄마가 시키니까 교회를 나가고, 엄마가 시키니까 일반 학교에서 대안 학교로 온 아이들이었다. 


 그런 모습을 갖춘 애들은 비단 우리 반뿐만이 아니었다. 그 학교에 다니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은 부모의 강요에 의해서 졸업을 해도 학력인정이 되지 않는 이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여기 이곳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학교 자체가 교육청 인증기관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전부 검정고시를 패스해야 했다. 초등학교는 중, 고등학교와는 같은 장소이지만 다른 사업체를 가진 학교였는데 그곳 또한 학력인정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중고등학교는 분명 학력 인정이 되지 않는 겉모습만 학교인 학교였다.


" 그래서 아이들이 우리 학교에서 보는 시험이 자신들에게 소용없다는 걸 아니까 별로 신경 안 써요. 특히 고등부 애들은 학교 성적은 전혀 관심 없고, 오직 검정고시와 수능 준비만 하는 거예요. "

" 아.... 그래요? "


 교무실에서 옆 동료 선생님이 내게 하는 소리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럴 거면 일반 학교를 다니지 수능 공부를 주로 할 거면 왜 대안학교를 다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알고 보니까, 일반 학교에서는 신앙 교육을 하지 않으니 신앙이 높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신앙을 위해서 일반 교육을 포기하고 대안학교에 보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참 모순적이게도 말로는 일반교육을 포기했다고 하면서 대학은 좋은 곳으로 가길 원하니, 학교에서 수능 교육을 빡세게 해 주길 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아이들의 교재는 '수능 특강, 수능 완성' 등 EBS 수능 교재로 진행 됐다.


 중등부 학생부터 이 학교의 모든 학생은 이곳 학교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야 한다. 한 주 내내 학교 건물에서만 갇혀 지내다가 금요일 수업이 끝나고 나서야 집을 잠깐 다녀올 수 있는 것이다. 덕분에 아이들의 교육비는 입학금 5백만 원을 내고도 한 달에 교육비와 기숙사비, 숙식비 등을 합쳐서 2백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하며 학교를 다니는 것이다.


 나는 교육학 전공자로서, 또 사람으로서 이 아이들이 너무나 불쌍했다. 한참 뛰어놀 나이에 운동장조차 없는 이곳에서 중고등학교 내내 갇혀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가끔 학년 부장님의 허락을 얻어서 학교 앞 공원에 나가서 바람을 쐬자고 하면 아이들은 너무나 좋아했다.


 하지만 밖에 나가는 것은 나에게도 그렇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고 100%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니다. 이따금 밖에 나가 놀기도 하지만, 더러는 작은 비닐봉지에 사탕과 성경 말씀이 적힌 종이가 들어있는 전도 물품을 가지고 학생들이 직접 길거리로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그걸 나누어주면서 


“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 하면서 전도해야 하니까 말이다. 


 처음엔 이런 것들이 너무나도 하기 싫었다. 난 분명 무당의 아들이고 이곳 대안학교는 그저 내 교육적 경험을 쌓기 위해 들어온 것뿐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런 길거리 전도 활동을 싫어하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믿음이 신실하다고 생각했던 여자애들도, 그러지 않아 보이는 남자애들도 자기 할당량을 대충대충 빨리빨리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시간을 공원에서 놀기를 원했다.


 그런데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우연히 내가 DSLR 카메라로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을 알게 된 학교에서 예배나 이런 행사 중에 사진을 찍어달라는 임무가 생겼다.


 처음엔 내 그런 재능을 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그 찍사 활동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내가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저들 속에서 손을 하늘로 뻗어서 미친 사람처럼 기도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 그럼 이번에도 사진은 제가 찍을 게요.”

“ 그래 줄래요? ”


 늘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페어런츠 데이’에 내가 스스로 나서서 찍사를 자청했고, 나는 안 찍어도 되는 장면, 찍어야 하는 장면 가리지 않고 열심히 찍어댔다. 그렇게 하면 내가 저들처럼 미친 짓거리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이 학교에서 일하게 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무렵, 이 학교에서 무려 월급을 127만 원을 받으면서 근무를 해야 하는 시간은 아침 7시 5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정규 수업을 마친다. 그리고 오후 6시 정도까지 무려 개인 지출 저녁 식사 시간을 갖고, 6시부터 방과 후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저녁 8시가 되면 매일 같이 예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절대 이런 교회에 빠지지 않을 것 같던 무당 아들인 내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점점 마음속에서‘예배가 즐겁다’라는 생각이 살짝씩 들기 시작한 것이다. 


" 보혈을 지나~~ 하나님 품으로~~ "


 이렇게 늘 학교에서 학생들과 예배를 할 적에는 예배 시작 전에 2-3명의 리드하는 교사와 학생 밴드가 앞에 나가서 CCM이라는 것을 부르면서 찬양을 한다. 


 나는 어느 날부터인가 그 CCM에 푹 빠져버렸던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그 CCM 노래를 듣고 그 노래의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같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tvn 방송국의 '슬기로운 감방생활'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교인들이 교도소에 와서 죄수들과 같이 CCM을 부르는데 그것이 정말 인기가 많다. 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소리를 지르면 쌓였던 스트레스도 날아가고 마치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나는 그것이 노래의 힘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주위 선생님들이 하는 말처럼 '성령님'께서 내게 축복을 주셔서 은혜로워지는 줄 알았다. 


 그때부터인가 갑자기 예배가 기다려지기도 했고, 예배가 좋아지기도 했다. 내게 점점 암흑이 드리워지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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