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지면서 가을이 오고 있음이 느껴지던 어느 날, 엄마는 옷장 정리를 하셨다. 버릴 옷을 내놓은걸 내가 보고 뒤적이기 시작했다. 거기엔 굉장히 멀쩡한 청바지가 있었다. 엄마가 마음에 안들어서 버리려고 한 옷이었다. 냉큼 내 방으로 가져와서 한동안 책상위에 놓여 있었다.
그사이 나도 가을 옷을 꺼내며 옷장을 한번 정리했다. 스무살때 처음 돈 벌어서 마음먹고 산 옷이라 아끼던 옷을, 이제는 손이가지 않아서 내놓았다. 그걸 본 동생이 냉큼 자신이 입겠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의 바지는 나에게 허리가 너무 컸고, 동생에게 내 티셔츠는 많이 컸다. 결국 수선이 필요한 상황. 이왕 마음 먹은김에 사이즈 수선과 동시에 디자인을 바꾸는 리폼을 해보기로 했다.
엄마의 옷이 나에게로, 나의 옷이 동생에게로 돌고 돌아 자리를 찾는 순환 같았다. 환절기, 계절이 바뀌는 시기. 엄마의 옷을 물려받고, 동생에게 내 옷을 물려주니 새로우면서도 정겹다. 버려질뻔한 옷에 격정적인 스토리가 스며들게 되었다.
“사실 이건 우리 엄마가 입던 옷이야… 어느날 엄마가 옷장 정리를 하셨는데…” 끝날것 같았던 옷의 수명이 연장되고, 또 새로운 이야기가 깃들었다.
청바지에 탈색 및 절개 리폼작업. 티셔츠 사이즈 축소 및 소매 셔링디테일 추가. Reform by Go Dongg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