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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산 Apr 30. 2024

육아 중인 당신이 누릴 수 있는 찰나의 편안함은

누군가의 불편함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것

1. 또 아이들을 재우다가 잠들었다.

다행히 어머니들의 묘사에서 자주 나오는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잠드는 그림은 아니다.

꼭 애들이 잠든 걸 확인해야 안도와 함께 의식의 끈을 놓는 구도이다.


지난 몇 일은 그렇게 잠들어서 4시, 5시에 깼다.

수면교육을 할 의지가 없는 아내에겐 부려울 수면시간을 채웠다.

하지만 오늘의 1차 기상 시간은 12시 반.


9시 반에 재워서 10시 전에 잠들었으니 최소 생존유지를 위한 커트라인.

‘더 잘까?’


하지만 오늘은 자전거 출퇴근으로 비용절감과 건강증진을 도모한 날.

안 씻고 더 자는 건 용납 불가.


거실에 화장실 하나.

샤워를 하면 안방에서 어느 정도 소리가 들린다.

거기까지 배려하지 못한 건축물의 한계.


이렇게 심야에 샤워를 해야하는 날은 난 무릎을 꿇고 샤워한다.

‘아내와 아이가 제발 깨지 않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를 하며 샤워하는 게 아니다.

그저 흐르는 물의 낙차落差를 줄여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머리를 말릴 때는 1단계.

더 약한(조용햔) 바람으로


‘그나마 씻을 수 있는 게 다행이지.

혼자 살 땐 머리를 감지 않고 베개에 눕는 건 물론, 샤워하지 않고 잔다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육아학교 5학년’이 되고 나니 개인 위생에 대한 요구가 낮아졌다.)


‘으아앙’ (셋째 울음소리)


하아…

아빠의 샤워소리에 깬 걸까?

깰 때가 됐던 걸까?

수유하다 잠들었던 걸까?


어쨌듯 미안해, 여보.

수고 많아요…



2. 셋째를 데리고 자는 그녀는 최근 ‘눕수(누워서 수유)’까지 진출하여 ‘먹-놀-잠’ 을 역행하기 시작했다.

이론적으로 분석하자면… ‘깊은 잠’과 ‘옅은 잠’의 패턴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잠든 상태가 아닌 걸 발견하고 깨고 울게 된다.

그렇다고 우는 걸 둬서 스스로 잠들게 할 만한 ‘굳은 심지(?‘의 여장군이 아니기에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 예상된다.

둘째 아이도 엄마가 포기하고 재우는 걸 아빠에게 넘기고서야  ‘젖 물리고 재우기’를 졸업했다.

첫째 아이는 둘째를 임신하고 나서 아빠가 책을 읽어주며 재웠다.


*육아를 하는 아빠는 손자병법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여러 전략을 잘 활용한다.

- 아이템: 블루투스로 핸드폰과 연결되어 밝기와 색 조절이 가능한 스마트(?) 무드등.

- 전략: 점점 느려지고 조용해지는 ‘반짝 반짝 작은 별’ 과 토닥토닥

그게 지금은 두 아이 사이에 누워 책을 읽어주는 걸로 전환 되었다.


*소위 ’독박 육아‘를 한 후에도 퇴근한 남편의 수면보장을 위해 아이들을 재우고 주무시는 희생적인 육아동지님들은 참 멋지고 선하십니다. 그 노고가 아이들과의 친밀함과 연결되어 나중에 엄마를 더 좋아하는 아이들과의 관계로 이어지겠죠. 그래서 전 부럽지 않아요.


아내의 그런 선택의 배경엔 또 장기적 효과를 고려한 선택보다 단기적 만족을 추구하는 성향도 있겠지만, 셋째가 오래 울면 첫째 둘째도 깰까봐-라는 배려의 마음이 있다.



3. 우리는 누군가의 불편함 위에서 편하게 살아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겠지만 육아 중인 가정에선 그게 더 두드러진다.

외벌이의 경우,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나름대로의 고충을 가지고 수고를 한다.

그렇다고 집에서 애를 보는 사람이 편할 거라고 생각하면 그건 큰 오해겠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강제한 재택근무 덕분에 그런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좀 더 줄었길 바란다.

그런 관점에서 이 시절 육아를 한 부부들이 어쩌면 더 돈독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언젠가 그런 설문조사를 가지고 논문이나 신문기사가 나올지 궁금하다.


지난 4년간 아내를 할 수 있는 한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아내는 친정에도 자주 못 가고, 시설에 아이들을 맡기고 일하는 대신 가정보육을 하는 것을 지지하는 것만으로도 고생이 많은 걸 안다.

(‘독박 육아’에 이를 갈며 매일 화를 삮이며 살아가는 육아동지님들이 보면 ’그래도 남편이 많이 하는 편이네요‘ 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

밤에 아이들을 재우고 나와서 빨래를 널고, 출근 전에 빨래를 개고, 출근 전에 아침을 차려놓고… 아이들이 어질러놓은 책을 치우고…


아내가 조금이나마 힘을 내고 더 오래 버틸 수 있길 바라며.

내가 조금 불편하면 아내가 더 쉴 수 있는 거다.


올 봄부터는 좀 달라졌다.

내가 아이 둘과 잠들고 못 일어나는 날이 생기니 아내가 빨래를 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지금 내가 배려 받고 있구나.


‘여보, 어차피 내가 단축근무 중이니깐 낮에 널고 저녁에 치우면 되잖아

괜히 고생한 아내가 안타까워 말해보지만, 늘 ‘정신 없는’ 그녀에게 무리인가보다.


출근 하기 전에 세탁기의 예약기능을 활용하지 않으면 볕 좋은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 기회를 놓친다.


아, 그러고보니… 아이들의 빨래가 베란다에서 ’달빛 건조‘ 중이다.

밤에 습한 베란다 대신 거실로 옮겨 놓고 자야겠지…




새 코너: 오늘, 아이의 말


오늘 점심엔 에어프라이어에서 사우나를 하고 나온 닭고기.

닭날개를 살펴보던 둘째(만 2세)가 말한다


“우와. 타조 같다.“

(동물원 가본 적 없음. 타조 실물 본 적 없음)


- 타조 본 적 있어?
(타조가 얼마나 큰데)


눈웃음이 일품인 둘째. 해맑게 웃는다.

자주 웃어줘야 하는데, 자주 웃게 해줘야 하는데.

유치원 다니며 짜증이 부쩍 늘은 첫째를 대하다가 그 짜증이 옮아오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조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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