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 마을의 작은 복권판매점에서 로또 1등이 나왔다는 현수막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 마을에서 복권을 산 사람은 모두 8명이라고 하는데요. 그 복권을 산 8명 중 한 명은 그 소식을 듣고 매우 불안해했다고 합니다. 그가 두려웠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1 _ 자신이 복권 당첨자이고, 마을에 소문이 날까 봐.
2 _ 자신이 복권 당첨자가 아니고, 당첨자를 알게 되어 그 사람을 시기하게 될까 봐.
누군가의 시기의 대상이 되는 게 나을까. 누군가를 시기하는 게 나을까. 둘 중에 어느 하나 나은 건 없다. 자신이 시기의 대상이 되는 것도 누군가를 시기하는 것도 마음이 괴로운 건 마찬가지다.
전에 살던 동네는 동네 별명이 일명 '스머프 마을'이라 불릴 정도로 작은 마을이었다. 특히나 집값이 저렴한 신도시여서 아이들이 많았고, 젊은 사람들은 한 두 다리만 거치면 동네 주민을 거의 다 아는 지경이었다. 정말 좁은 동네인데다가 외부 사람들의 접근성이 낮아서 누구네 집이 어떻다더라 소문이 아주 빠르게 나던 곳이었다. 참고로 우리 딸이 동네에 하나뿐인 중학교 입학을 전교 1등으로 하자 건너 건너 아는 사람들에게 자주 연락을 받았다. 어느 학원에 보내는지 공부는 어떻게 시키는지 부모의 학벌은 어떤지에 대해 궁금해했던 사람도 있었다.
어느 날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로또 판매점에 '로또 1등 당첨된 판매점'이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동네는 떠들썩했고 외부에까지 소문이 나서 로또를 사러 원정을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늘 토요일이 되면 로또를 사러 온 사람들로 인해 조용했던 동네가 떠들썩해졌다. 조용한 걸 꿈꾸던 동네 사람들은 그곳이 불편해졌다. 그 이후로도 로또 2등이 두 번이나 더 당첨되면서 난리도 아니었다.
가장 심각했던 건 누가 로또에 당첨 됐는지 확인에 나선 사람들이었다. 동네에 부자는 별로 없는 편이어서 갑자기 누가 비싼 외제차를 샀다더라. 누가 옆동네의 비싼 집으로 이사를 계획하더라. 라며 당첨자의 신상을 캐고 다니는 거였다. 정말 한심했지만 사실 나도 조금 궁금했다. 근데 말이야. 알아내면 뭘 할 거냐고? 내 친구는 의미심장한 말을 헸다. 자신이 당첨자라면 아마 급하게 외제차를 사거나 이사 계획 같은 건 세우지 않을 거라고. 그건 하수들이나 하는 거라고. 그 말이 맞았다. 건너 건너 다 아는 동네 사람들은 결국 당첨자를 밝히지 못했다.
가끔 그 동네에 가면 그 복권판매점에서 로또를 사 온다. 물론 낙첨이지만. 사실 그 당첨자가 나 일수도 있다. 난 그 이후에 그곳 사람들이 이사 가고 싶어 하는 동네로 이사를 왔으니까. 이사를 온 후 그곳에 사는 사람들로부터 "네가 당첨자냐?"라는 톡을 여러번 받았다.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지금도 그곳에서 로또를 살 때마다 아들이 말한다. 복권은 머리 나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라에 더 내는 세금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