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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Oct 27. 2023

귀인을 찾습니다.





귀인은 쪽에 있다.




 이십여 년 전쯤, 이사를 알아보려는 와중에 미아리에 있는 한 점집에서 이런 말을 했다.(미아리는 점집으로 유명하다.) 올해는 무슨 무슨~ 기운으로 서쪽이나 북쪽으로 이사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거였다. 특히 서쪽이 좋다고 했다. 만약 남쪽이나 동쪽으로 이사를 할 경우에 좋지 않은 기운이 집안에 덮친다고 했다. 나는 한번 더 물었다. 제 사주에는 서쪽으로 이사하는 게 유리하군요? 아뇨. 누구나에 해당합니다. 서울 강북구에 살던 나는 그 말을 듣고 인천이나 의정부로 이사를 계획했고, 결국 인천으로 이사했다. 집을 구입하고 일 년이 채 되지 않아서 인천의 집값이 두배로 뛰었고, 용한 점쟁이라는 믿음이 샘솟았다. 누구라도 이사를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그 점집을 추천해 줄 마음도 먹었다.



 세상 모든 이가 미신을 믿는다면, 강원도의 한적한 바닷가에는 누가 이사를 가지? 해남에는 누가 살고? 집값이 떨어지겠다. 강원도 강릉이나 해남엔 아는 이 하나 없지만 착해빠진 나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걱정되었다. 백령도나 철원에 사는 이들도 걱정되긴 마찬가지였다. 그 말을 믿고 북으로 넘어가는 사람은 없겠지. 잠이 오질 않았다. 모두가 서쪽으로 북쪽으로 한 뼘씩 옮겨가는 모습이 머릿속에 테트리스처럼 맞춰졌다.








 귀인 찾습니다.




 만약 귀인이 서쪽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빠르게 서쪽으로 간다면, 나보다 조금 서쪽에 있던 나보다 속도가 느린 그 사람이 내 귀인이 되줄까? 그러면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빛의 속도로 서쪽으로 가야지. 내 귀인이 되줄 운명의 사람이 나보다 더 빨리 서쪽으로 간다면 나는 내 귀인을 만나지 못할 테니까. 어쩌면 내 귀인이 되어줄 사람도 또 다른 귀인이 필요할 지도 모르니까.



 만약, 내가 내 귀인을 찾을 때 나를 알아본 사람에게 나는 귀인이 되어줄 수 있을까. 그 사람은 나보다 동쪽에서 왔으니 내 귀인이 아니다. 하지만 동쪽에서 온 그 사람도 서쪽에서 만났으니 귀인.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한가지 확실한 건 그 사람에게 나는 완벽한 귀인이라는 거다. 그 생각을 잠시 잊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귀인이 되줄 수 있다는 걸. 귀인을 서쪽에서 만난다고 했지 서쪽에 사는 사람이라고는 안 했잖아.


 

 귀인을 만나는 건 상호유기적이다. 부모 자식, 친구 간에도 받기만 하는 관계는 없으니.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귀인이 되어준다면 아마 내 귀인은 동서남북에서 나타날 거다. 나는 천천히 서쪽으로 갈 테니. 만나는 모든 사람이 내 귀인이 되어주길 바란다.



 만약 당신의 귀인이 서쪽에 있다면, 당신은 동쪽에서 온 사람의 손을 잡을 수 있나요?시 제 손 잡아 주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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