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물의 만남. 인간 펠리우스와 바다의 여신 테티스는 제우스의 주선으로 결혼을 하게 된다. 펠리우스는 진흙, 점토를 뜻하는 '펠로스'에서 나온 말로, 진흙과 물의 만남. 둘의 만남은 생명의 탄생을 암시한다. 보통 남신과 여성 인간의 결혼이 보편화되었고, 여신은 보통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바다의 여신 테티스에게 내려진 신탁으로 인해 테티스는 여신 중에 유일하게 인간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는 테티스가 낳은 아들이 아버지보다 훌륭해질 거라는 예언을 했고, 그녀는 훗날 펠리우스와의 사이에서 아킬레우스를 낳았다. 처음부터 인간과의 결혼이 탐탁지 않았던 테티스는 끝내 노인이 되어가는 펠리우스를 외면했다.
테티스와 펠리우스의 결혼식에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초대를 받지 못했다. 이에 분노한 에리스는 결혼식에 황금사과 하나를 가져와서는 '가장 예쁜 여신께'라는 쪽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그 쪽지를 본 헤라(사랑의 신)와 아프로디테(비너스_아름다움의 신), 아테나(전쟁의 신)는 서로 자기 것이라 싸우기 시작했다. 예나 지금이나 불화를 조장하는 건 서열 싸움이다. 여신들은 제우스에 판결을 요구하였으나 매우 당황한 제우스는 인간 중에 가장 잘생긴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판결을 떠넘긴다. 물론 공정한 심판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신들은 황금사과를 차지하기 위해 파리스에게 혹할 만한 제안을 하는데, 헤라는 부와 권력을, 아테나는 지혜와 전쟁의 승리를,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신부로 맞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서 파리스는 가장 마음에 든 제안을 한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줬다. 부와 권력, 지혜보다 더 좋은 아름다운 외모의 아내. 과연 그 아름다움의 가치는 얼마일까. 내게도 신이 같은 조건을 내건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난 외국인은 싫어하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생긴 사람은 누굴까?(댓글 부탁드립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가 말한 가장 아름다운 여인,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납치하여 신부로 맞게 되며 그리스연합군의 공격을 받게 된다. 그게 트로이 전쟁의 서막이다. 전쟁을 일으킬 정도의 아름다움은 어느 정도일지 매우 궁금하고, 부럽다. 그러면서 참 다행이다. 누군가 나를 차지하려고 싸우지 않아도 되니 삶이 얼마나 평화로운가. 오늘도 나는 참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