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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May 11. 2024

나만 쓸 수 있는 글








예전 어느 편집장님께서 내 출간문의 메일에 아주 친절하게 답신을 해주셨다. 그 메일엔 그 원고의 글이 나만 쓸 수 있는 글인지 잘 생각해 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조금 기분이 나빴다. 비슷비슷한 글들이 넘쳐나는 중에 내 원고도 슬쩍 출간해 주면 어때서. 야박하기도 하지.


어제 인스타 스레드에 어느 작가님의 푸념글에 댓글을 남겼는데, 나도 어느새 친절한 편집장이 되어있었다. 그 작가님은 자신이 쓴 글과 결이 비슷한 글을 쓰는 유명인에게 디엠을 보냈는데 답을 주지 않는다는 거였다. 내가 그 사람이라도 답을 주지 않을 것 같다. 세상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널렸고 그 생각을 본인 혼자 했을 거라 생각하는 것도 우습다. 그게 소설이 아니라면. 우리가 믿고 있는 MBTI도 고16가지로밖에 나눌 수 없지만, 우리는 아주 작은 닮은 꼴에도 열광한다. 물론 그 작가님은 내가 받은 답신보다 더 타격감이 있었을 거다. 왜냐하면 원치 않는 답변이었기 때문에.


내가 예전에 구상한 소설 중 하나는 유명작가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어느 무명작가의 작품을 모방한 것이라는 설정이었다. 당연히 그 소설에서는 유명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비록 같은 글이지만, 그 파급력은 상당하다. 무명작가의 소설을 어떻게 유명작가가 똑같이 출간했는지의 과정은 비밀이다. 내가 언젠가 완성할 소설이니까 이쯤 해두기로 한다. 추리소설이 될 수도 판타지 소설이 될 수도 있겠다.


또 하나의 다른 소설은 스레드를 보다가 구상하게 되었는데, 학대당하는 자매 이야기다.  스레드의 글들은 조금 수준이 낮지만 아이디어가 번뜩인다. 언젠가 내 책에 들어간 시가 자신의 시를 모방했다며 디엠을 보낸 작가님 같다.


세상에 나만 쓸 수 있는 글은 별로 없다. 런 글들 중에서 유명작가의 글이 더 가치가 있을 테고. 그러니 이제 소설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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