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들러 츄파춥스를 골랐다. 츄파춥스는 당연히 초코맛과 딸기맛을 고른다. 특히 딸기맛이 내 취향이다. 같이 간 딸은 레몬맛과 포도맛을 고른다.
"너 맛을 잘 모르는구나! 츄파춥스는 초코맛, 딸기맛이 맛있는 거야!"
어릴 적 딸은 사탕을 들려주면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래서 우리 딸은 단거를 싫어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근데 이제 보니 딸이 사탕을 싫어했던 이유는, 내 취향은 꾸준히 초코맛과 딸기맛이었고, 딸의 손에 들려준 사탕이 바로 딸기맛이었기 때문이었다. 여자아이는 핑크를 좋아하니 딸기맛을 싫어하는 딸에게 딸기 사탕을 주로 들려줬다. 그냥 엄마가 준 사탕이 세상의 전부였던 어린 딸에게는 사탕은 그저 맛없는 것에 불과했다.
무언가를 싫어하는 이유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데도, 그걸 눈치채지 못한다. 예를들어, 누군가에게 "네가 싫어."라고 말하는 건, 그냥 너 자체가 아니라 '담배를 피우는 너' 라든지, '말을 함부로 하는 너' 라든지, 싫어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 나는 단걸 아주 싫어하는데, 사탕이나 젤리는 좋아한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단 음식이 아니라 배를 채우는 식사류에서 나는 단맛이 싫다고 말해야 한다.
딸기맛 사탕은 싫지만 딸기를 좋아하고, 레몬맛 사탕은 좋지만 레몬은 싫어하는 것처럼. 어느 하나 그자체로 싫은 건 별로 없다. 그래서 사랑하지만 다투고, 보고 싶은 사람이지만 가끔 꼴보기 싫은 거다. 아주 가끔은 완벽히 좋거나 싫은 것도 있을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