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려던 일을 잠시 멈추고 한발 물러나 생각해 보면 느껴진다. 내가 정말 그걸 하려던 게 맞나. 정말 그 일이 맞나. 내가 해야 할 일이 맞나. 의문을 품는 게 당연하다.
처음 내게 그건 아니라고 묻지도 않은 의견을 당당하게 내던 사람들의 표정을 떠올려보고 의도를 파악해 보고, 그 말에 반박하지 못하는 못난 내 얼굴을 멀찍이서 본다. 실망하는 모습과 그 안에 숨겨진 분노에 손을 뻗어 머리라도 쓰담쓰담해주고 싶지만 이미 멀리 와있다. 내 팔은 너무 짧다. 홀로 견뎌내야 하는 지난한 길이다
처음 에세이를 출간하고 그다음 에세이를 출간하기 전에 이미 원고 두 개를 버렸고, 얼마 전 한 개를 버렸다. 나는 안될 거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내가 쓴 에세이 원고 다섯 편 중에 두 편이나 책으로 나왔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확률이 꽤 높은 편인가 싶다가. 머릿속이 하얘진다. 나는 또 버려질 원고를 쓴다. 내 인생에 오점으로 남을 만한 질척거리는 원고를 뒤로하고 나는 내게 안될 거라 말하던 그들보다 앞서서 걷는다. 내게 질척대며 엉기는 원고가 그들의 앞길을 막을 때까지.
부정적인 것들은 뒤에 두어야 좋다. 언제든, 뒤돌아보면 있을 만큼의 거리에. 좌절은 나보다 앞서 걸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