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말띠는 기가 세대. 그래서 난 음력 생일로 주민등록을 했어. 그래서 실제 내 나이보다 한 살 더 많아졌어.”
그녀의 음력 생일은 그 전의 해 11월이다.
“넌 원래 뱀띠야.”
그녀는 띠를 양력 생일로 정하는 거라 생각했나보다. 근데 그런 말을 굳이 말띠 앞에서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했다. 난 빠른 년생이라서 뱀띠 친구들과 학교를 다녔다. 그녀의 그 말은 마치 나를 ‘기 센 아이’라고 비아냥대는 것 같았다.
한 사람의 성향이 사주팔자도 아니고 띠별로 결정되어지는 건 아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큰 오해를 하고 있다. 띠라는 것이 음력 생일로 정해진다는 것도 모르면서 잘못된 미신을 믿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녀는 나의 이런 의문에 다시 정정해서 말했다.
“내 띠가 뱀띠인 걸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싫다고 했어.”
“근데 우리 엄마는 이런 말을 했어. 뱀띠는 차가워서 싫다고, 말띠는 띠에 천복이 들어서 말띠인 거지는 없다는 말도 있다던데.”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어떤 이는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두려운 마음을 가진다. 바로 자신의 마음이 아닌 타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신을 버리기도 한다.
난 궁금한 건 못 참는다. 한창 연애에 관심 있을 20대 나이에 난 ‘명리학’이라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관련 서적을 사서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그때 변호사 사무실을 다니고 있었는데, 그 책을 본 변호사가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점쟁이가 될 거냐?’, ‘삶에 도움이 되는 다른 공부를 하라’고. 그땐, 삶에 도움이 되는 공부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런 열정으로 공부를 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공부엔 관심이 없었으니까.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해지는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수능 1등급의 아이들은 상위 4%일 뿐인데, 그 1등급을 위해서 나머지 96%가 노력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게 나의 교육철학이다. 하지만 1등급이 아님에도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행복하니까.
사람들은 ‘명리학’에 대해 큰 오해를 하고 있는데, 마치 사주팔자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MBTI는 16가지 뿐인데도 무한 신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명리학’이라는 건 운명을 결정짓는 게 아니라 운의 흐름을 나타낸 학문이다. 그걸 마치 신내림을 받은 점쟁이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내가 본 책의 내용에 의하면, 철학관에서 말하는 ‘기가 세다’라는 말은 드센 팔자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억척스러운 드라마 주인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운의 흐름이 좋다’라는 긍정적인 말이다. 철학관에서 말하는 ‘대운이 들었다’라는 말도 어감에서 큰 오해를 부르고 있지만, 사실 그 말은 운이 좋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10년 주기로 바뀌는 운의 흐름이 시작되었다는 말이다. 즉, ‘올해에 대운이 들었다.’라고 한다면, 작년이 아홉수라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아홉수라는 말은 정말 29살 39살을 말하는 게 아니다. 대운이 드는 해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인천대교 일출 출처 네이버
예전에 SNS에 우리 집 아파트 거실에서 찍은 일출 사진을 올리고 ‘일출맛집’ ‘인천’ ‘일출’ ‘새해복많이받으세요’라는 태그를 달아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난, 인천에 살고 있다. 그 글에 이런 댓글을 남긴 사람이 있었는데. ‘어제 해 질 때 사진 찍으셨나 봐요?’ 내가 분명 ‘일출’이라고 명시를 했음에도 말이다. 우리 집은 서해안이지만, 일출을 볼 수 있다. 바다가 동쪽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난 ‘일출’과 ‘일몰’도 구별 못하는 무식한 사람이 된다.
분명 교과서에서는 동해안 일출, 서해안 일몰이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서해안에도 동쪽 바다는 있다. 꼭 교과서에서, 선조들에게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경험에서 큰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나도 인천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인천에선 일출을 볼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책에선 서해안은 일몰이라고 분명히 나오니 말이다.
내가 아는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이해가 불가능 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세상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린 누구에게나 배울 것이 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의 의견을 잘 들어본다면, 더 큰 세상이 보일 수도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