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기억력이 좋은 건 그렇게 좋은 일이 아니야. 기억이라는 건 변명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어. 사람들이 말하는 대부분의 기억들은, 원망에 치우쳐져 있었거든. 사실 잘 모르겠어. 아름다운 기억들은 굳이 꺼내어 놓지 않고 혼자서 되뇌일 수도 있겠지. 이렇게 삭막한 세상에서 난 너무 행복했다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어쩌면 민폐일 수 있으니까.
행복했다고. 날 만나 행복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 어쩌면 그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르고, 사실 나도 누군가에게 너 때문에 힘들다. 너 때문에 속상했다. 그런 말만 주로 했었지. 네 덕분에 행복했다는 말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주로, 행복하지 않을 때 헤어져서 그런가. 그래도 어떻게 내내 불행하기만 했겠어.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 어떻게 사랑하는데 놓을 수가 있겠어. 근데, 그럴 수 있겠더라. 마음에서 우러나서가 아니라, 억지로라도 마음을 접어야 할 때도 있겠더라. 그게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나를 살게 할 수도 있겠더라. 세상엔 이렇게 좋지 않은 일들 투성이인데, 간혹 픽하고 웃음이 나오는 그런 기억을 선물해 준 사람이라면 말이야. 그건 네가 나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너와는 상관없는 온전한 내 사랑이라면. 여전히 너를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그런 건 상관없이 여전히 아름다운 기억이라면 말이야. 그러니 걱정 마. 나는 행복한 기억 하나쯤 가지고 있으니.
가끔은 배고프다거나, 졸리다거나, 춥다거나 그런 생각만 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기도해. 보고 싶다거나, 슬프다거나, 우울하다거나 그런 생각이 없는 세상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