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두 인연이야. 나는 카르마를 믿거든. 나를 낳아준 부모님이나, 어렸을 때 서로 머리채깨나 잡았던 나의 언니나, 그냥 SNS에 올린 글에 악플을 다는 사람까지도. 우린 모두 전생에 인연이 있었을 거야. 우린 모두 다른 모습으로 다른 생에서 반복해서 만나고 있는 거지. 그렇지 않고서야 우연히 길을 가다 만난 사람에게 선의를 베풀고, 실체가 없는 연예인을 덕질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행복해. 내 최애 연예인이 나와 전생에 인연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말이야. 하지만, 내가 너무 싫어하는 사람도 인연이 있는 거야. 그러니 누구에게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거지. 우리는 우리에게 불친절한 사람들을 견뎌내며 이 생에 업을 쌓고 있어. 이 생의 연이 다 끝나면 다음 생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거지.
하지만, 정말 그 말이 맞더라도, 내게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친절히 대하진 못할 것 같아. 나는 아주 사소한 사람이거든. 나처럼 사소한 행복을 꿈꾸는 사람에게 그런 시련은 없었으면 좋겠어.
나는 유명해지고 싶었어. 늘 그걸 꿈꿨지.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건 엄청난 모험이야. 유명해지는 만큼, 다음 생에 만나야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거니까. 카르마라는 걸 알고 나서 나는 조금 두려웠어.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과 유명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 사이에 갈피를 못 잡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거든.
내 꿈은 어릴 적부터 글을 쓰는 사람이었어.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지는 상상도 했었어. 하지만, 너의 꿈은 아주 사소했지.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대의를 품거나 하는 일은 의미 없다고 생각한 거야. 어쩌면 너는 카르마라는 걸, 배우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냥 선하게 이번 생을 잘 살아내려는 그 마음. 모두 네 꿈을 듣고 의아해했지. 왜 그렇게 사소한 꿈을 꾸지? 아직 젊으니 조금 더 원대한 꿈을 꿀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사람들은 이상한 고집이 있어. 분명 그건 정답이 아니라 오답임이 분명한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이 맞다고 우기거든. 사소한 우리가 모이면 그렇게 힘이 센 거야. 그래서 더 많은 사람과의 인연을 만드는 유명해지는 일 같은 건 아주 조심스러운 일이지.
착한 사람은 하늘에서 빨리 데려간다는 말이 있었는데, 어쩌면 그게 맞는 말일지도 몰라. 이번 생의 업을 빨리 풀어서 더 이상 살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르잖아. 현재 우리가 아는 세상은 지구, 지금 이 시대에 국한된 일이니까. 하늘의 원대한 뜻 같은 건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안심이 돼. 지금 이 생은 우리의 삶에서 아주 사소한 부분일 뿐이라고. 그러니 괜찮아. 언젠가 나는, 네가 이번 생에도 그전 생에도 참 잘 살아낸 거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