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좋아하는 나를 상상해 봤어. 그리고 너를 사랑하는 나를.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지. 그건 마치 가슴이 콩닥콩닥하는 것과 가슴이 저리는 것의 차이랄까. 그 차이를 이해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 생각이 아니라 마음이 이미 그렇게 반응하고 있었거든. 설레는 감정은 다른 생각을 하다 보면 잊히지만, 가슴 저린 감정은 쉽게 진정되는 게 아니라는 걸 말이야. 다른 생각으로도 중화되지 않는 탁한 감정 때문일까. 나는 늘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곤 했어. 그리곤 원망할 누군가를 찾았지.
맑은 물에 오염된 물 한 방울을 넣으면, 그 한 방울 때문에 맑던 물이 썩어가겠지. 그건 내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들어온 네 탓이겠지.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나는 깨닫게 되었어. 물이 썩어가는 건, 오염된 물 때문이 아니라, 그 물이 고여있기 때문이라는 걸 말이야. 나는 이미 너를 마음에서 흐르지 못하도록 막아두었거든. 시간이 흘러도 네가 내 마음에서 나가지 못하는 건, 그래서 내 마음이 점점 탁해지는 건 아무래도 네 탓이 아니잖아.
우리는 많은 것들에서 상대를 탓하곤 해. 내 탓인지 네 탓인지 모호한 그런 것들에서 말이야. 사람의 마음은 형체가 없으니 얼마나 남 탓을 하기 좋을까. 하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 다 내 탓이더라. 너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또 미워하는 그 마음까지도 말이야.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미련한지, 좋아하다가 끝난 감정은 끝내 끝나지 않아. 정말 끝을 내려면 지긋지긋한 애증의 단계를 거쳐야 하더라고. 상처라는 것이 나으려면 곪아 터져 진물이 흘러야 하는 거거든. 안으로 곪아 배출되지 못한 진물은 끝이 보이지 않는 거거든. 어느 때에는 터지지 못한 상처를 끌어안고 영광의 상처쯤으로 치부해 버릴 때도 있었는데,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지내다가도 가끔 지릿하게 괴로워지는 거거든. 상처는 아프더라도 밖으로 꺼내어 놓아야겠다라고. 한번 살을 파고든 유리조각은 꼭 상처를 내야 밖으로 꺼낼 수가 있는 것처럼 말이야.